『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자오위핑

자기개발서를 극도로 혐오하는 내가 자기개발서 카테고리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구매를 한 것은 삼국지에 대한 열광(?) 때문이었다. 혐오감마저 압도해 버리다니... 특히나, 이문열 편저의 『삼국지』를 읽었음에도 이상하게 조씨의 위나라가 어떻게 사마씨의 진나라로 찬탈되었는가에 대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제갈량의 입장이 아닌 사마의의 입장에서 본 삼국지 후기의 느낌을 알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사실, 리디북스의 프로모션이 나를 이끌었던 것일 수도...

책 이름은 참 자기개발서같이 지어 놓았다.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라니... 자오위핑이라는 저자가 강연을 한 내용을 토대로 책을 엮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갈량 편도 있었다. 나중에 또 강렬한 열망에 의해서 그 책마저 읽어 버릴 수도...

책의 플롯(?)은 사마의가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했다라면서 현대사회에서 조직에 속해 있다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살아 남는 방법이다라고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사마의같이 살지는 못할 것같다. 그냥 굶어 죽고 말지! 조조라는 까탈스럽고 의심많은 보스를 모시면서, 그리고 사방에 내부적인 경쟁관계에 둘러 쌓여 있으면서 조심 또 조심하여 행동한 사마의, 당시에 사마의는 조직에 들고 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지라 자연스레 생존본능이 그를 이끌었다 치긴 해도, 일반인에게 이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아마도 대기업에서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는 사람들이 이런 능력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갈량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으나, 사마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제갈량과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전쟁에 있어서는 나아갈 때와 지켜야 할 때를 알았고, 정치에 있어서는 몸을 사릴 때를 알고 항상 겸손했다. 말은 쉽지만 인간은 항상 자만하게 마련인데, 그는 항상 자기에게 얼만큼의 힘이 주어져 있는 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리를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내 행동거지나 인생철학이 바뀔 일은 없겠으나, 조씨에서 사마씨로 천하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훌륭하게 설명했다라는 점은 이 책이 자기개발서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내 지적 허영심을 채워 주기엔 충분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