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컴퓨터게임을 하다가 캐릭터가 죽으면 다시 태어나듯, 인생을 언제가로 돌아가 다시 산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설마 나만 그런가?) 그런 욕망(?)을 스크린에서 실현한 영화가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이다. 원작소설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외계인의 침공을 받아 유럽 전역이 외계인에게 점령당한 상태에서 세계는 연합군을 만들어 외계인에게 대항하게 된다. 케이지Cage는 군대에서 홍보담당이었는데 일이 꼬여버려 최전방에 떠밀려 참전하게 되는데, 어찌어지하여 외계인과의 우연한 접촉으로 인하여 죽으면 전쟁 참전 며칠 전으로 돌아가버리는 상황! 죽어도 죽은게 아니다. 예전에 자고 일어나보니 내일 아침이 아니라 다시 오늘 아침이더라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런 설정을 좀 더 전쟁상황 답게 죽어야 돌아가는 설정으로 살짝 각색해 놓았다.

계속 똑같은 전쟁에 참여하다보니 죽는 상황이 반복될면서 케이지의 전투능력은 일취월장한다. 컴퓨터 게임에서 죽어서 다시 시작하면 훨씬 능숙한 솜씨로 적들을 무찌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외계인의 모체 또한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외계인과의 전쟁을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케이지와 같이 외계인과 접촉하여 같은 능력을 얻었던 리타Rita라는 여군을 만난다. 설정상 부상이후 수혈을 받으면 이 능력이 사라지는데 리타가 그러했다.

물론, 훌륭한 능력이긴 하나, 힘들게 달성한 목표가 죽음으로 인하여 다시 리셋되는 것은 본인에게도 그렇지만 관객에게도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관객이 짜증이 나기 직전까지 비슷한 씬을 보여주다가 다음 목표를 달성케 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벌인다. 컴퓨터게임에서 리셋되는 것은 그래도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데, 이건 참...

이 영화의 흐름상 목숨이 가벼운 상황에서는 재미가 있고, 목숨이 귀하게 된 상황에서는 긴장감이 돈다. 감독이 이렇게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관객들은 하루빨리 케이지가 제발 외계인에게 승리하길 손모아 기원하게 된다.

시간 리셋능력을 얻게된 케이지 역에는 톰 크루즈Tom Cruise, 그 능력을 가졌었던 리타역에는 에밀리 브런트Emily Blunt. 출신과 악센트 때문인지, 톰 크루즈는 미국을 대표하고 에밀리 브런트는 영국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에밀리 브런트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번에는 (톰 크루즈도 그렇지만) 두꺼운 철갑 수트를 입고 있었던 탓인지 그녀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몰입할 만 하면 자꾸 죽는다.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