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7LB5800, 교환 거부 환불 거부

TV 시청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집안의 가풍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집안은 딱히 TV에 집착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 있으면 보고 없으면 안보는 정도랄까. 그래서, 안방에 여전히 브라운관 TV가 자리잡고 있고 거실에 있었던 브라운관 TV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고장이 나면서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럼에도 몇 년동안 딱히 불편함이 없이 살아 왔다. TV가 없어도 왠만한 것은 PC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다 제공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니...

그런데, TV 본연의 목적도 있지만 거실 미관상 TV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제안이 있어 왔고, 이왕 사는 것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해외직구로 하나 장만하자는 계획이 세워져 있던 상태였는데, 내가 월드컵을 좀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TV 구매 계획이 빨라졌다. 그래서, 다나와에서 고르다가 3D기능 없이 네트워크 기능은 잘 갖춰진 TV를 찾다가 선택한 것이 LG 47LB5800이라는 모델이다.

주문은 지난 주에 했는데, 배송이 된 것은 며칠 전이다. 스탠드 부분이 좀 싼티가 나고 프레임이 검은색이 아닌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것들, 예를 들면 PC나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이라는 측면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잘 산 거라는 생각을 했다. 기사가 왔을 때 불량화소 체크를 할 시에도 특별히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이제 편안히 시청만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면서 발견되었다.

흔히 백색균일성, 영어로는 White Uniformity라고 하는데, 단색의 화면 특히 흰색의 화면이 나타날 때 명도가 얼마나 균일하게 나타나는 가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백색균일성이 좋아야 화면 어떤 부분이든 균일한 색상을 표시할 수 있다.

설치기사가 방문시 내가 굳이 백색균일성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은, 이미 LCD TV의 발전 수준을 감안할 시에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백색균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TV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거니와 그런 경우 교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내가 처음부터 백색균일성 테스트를 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를 발견한 것은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면서 비교적 밝은 계통의 잔디가 화면에 비춰질 때 빠르게 카메라가 공을 따라가게 되면 잔디부분에 얼룩같은 것이 눈에 거슬리는 타이밍이었다. 특히 왼쪽부분이 그랬다. 처음에는 브라질 중계 카메라에 얼룩이 묻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경기를 봐도 그대로 이런 얼룩이 보인다. 두번째로 내가 한 것은 물리적으로 TV의 스크린을 걸레로 닦아내는 것이었다. 새로 설치된 TV지만 혹시 먼지가 묻어 있지 않은지 열심히 닦아 보았지만 그대로였다. 그러고 나서야 난 USB에다가 단색으로된 1920-1080 사이즈의 이미지를 만들어 테스트를 하게 되었고, 이것이 백색균일성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날 난 AS 기사를 부르기 전에 이런 전자기기에 일가견이 있는 승희에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당황스럽게도 앵간해서는 안바꿔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매장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매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환이나 환불에 대한 기대수준이 비교적 낮은 상태에서 AS기사를 맞이 하였다.

처음부터 얼룩때문에 월드컵 시청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단색 이미지 파일을 사용한 것과는 다르게, AS기사는 가지고온 리모콘으로 비밀 번호를 누르더니 원래 내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단색화면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선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건 양호한 수준인데..." 라는 말을 한다.

얼룩이 보이질 않냐고 물으면 마지못해 보인다고 하면서도 그럼 불량이 아니냐고 하면 막무가내로 아니라고 한다. 그럼 뭐나고 되물으면 그냥 얼버무린다. 산지 얼마 안되었는데 교환은 되냐고 물었더니 안된다, 그럼 환불은 되냐고 물었더니 역시 안된단다. 결국, 벽창호 같은 AS기사에게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가시라고 했다. 고객보다 더 큰소리로 불량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AS기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우리 집안은 전통적으로 전자제품에 있어서 삼성보다는 LG를 선호해 왔다. LG가 아니라 Goldstar였을 때부터,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래왔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영향을 받아 왔고, 삼성전자가 LG전자를 글로벌하게 멀찌감치 제쳐버린 지금까지도 우리 집안의 LG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이번 TV 구매에서도 첫번째 선택은 LG였다. 물론, 삼성이 2014년도 출시 제품이 많이 않다는 점도 중요한 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 TV 구매건으로 적어도 나의 LG에 대한 짝사랑은 끝날 것같다. 난 적어도 한번쯤은 다른 제품으로 교환은 해주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보다 더 큰소리로 불량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AS기사를 만나니 생각이 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가족들도 확실히 얼룩짐을 느끼긴 하지만 내가 말하기 전에는 몰랐다고 하니... 게다가 빠른 화면이 아니면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또한, 삼성 TV는 이런 얼룩짐이 없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난 TV든 PC용 모니터이든 사고나서 만족한 적이 별로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