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사라진시대

트랜스포머 1편 이후 2편과 3편은 다소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워낙에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열광하는 팬들 중에 하나였기에 이번 네번째 편 사라진시대를 보기전에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아이맥스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 하였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사라진시대라는 그럴 듯한 부제까지 달고 나왔는데, 원제는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으로 해당 부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굳이 부제를 내용에 맞게 붙여야 한다면 "창조주의 변심"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뭐 창조주가 고객님도 아니고 변심은 무슨... ㅋㅋㅋ

위에선 언급했지만, 이번편의 주요 내용은 오토봇과 디셉티콘과의 전쟁때문에 열받은 트랜스포머의 창조주가 인간과 손잡고 오토봇들과 디셉티콘들을 다 잡아 들여서 제거하려는 계획을 막는 것인데, 갑자기 세계관의 확장이 일어남으로 인하여 스토리가 훨씬 흥미진진해졌다. 기존에 트랜스포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쟁, 그리고 오토봇과 인류와의 갈등이라는 두 가지 소재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네번째 편 사라진시대에서 세계관이 확장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은 물론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라고 말하는 것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인간들의 주인공은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와 메간 폭스Megan Fox였는데, 메간 폭스는 2편을 끝으로 일찌감치 이탈했고, 그녀의 후속(?)으로 등장한 로지 헌팅턴-위틀리Rosie Huntington-Whiteley가 그다지 임펙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으며, 이번 사라진시대에서는 샤이아 라보프마저 등장하지 않기에 흥행을 보장하기에는 약간의 리스크가 있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들을 도와주는 새로운 가족은 샤이아 라보프의 부재를 보란듯이 커버해 주었다. 이것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후속편 제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될 수도 있는데, 메인 캐릭터들과의 재계약이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위화감없이 시리즈를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매에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예매시작 타이밍을 딱 맞추지는 못하여, 처음으로 왕십리 아이맥스관 C열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는데, 결론적으로 C열은 쉽지 않았다. 지난번에 도전한 D열은 무난하게, 오히려 눈에 꽉차게 보여야 한다는 아이맥스의 취지에서 보면 가장 좋은 자리였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만족스러웠던 반면, 바로 한 칸 앞의 C열은 무엇보다도 자막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는 너무 자주 눈의 초점을 조절함으로 인하여 눈이 피로해져 자막이 이중으로 보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막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D열이 한계인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