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80EH

나의 데스크탑에는 AMD의 조스마라고 불리우는 쿼드코어 CPU가 설치되어 있는데, 같이 딸려온 번들 쿨러가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그동안 참고 써왔지만 요즘 집에서 PC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이 소음이 상당히 거슬렸다. 게다가 여름이 다가오니 소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좀 조용한 쿨러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NoFan이라는 브랜드의 무소음 쿨러 CR-80EH. 일반적으로 팬이 달리지 않은 CPU 쿨러들은 크기도 거대하거니와 가격도 그 크기만큼이나 부담스러웠는데, 이 녀석은 크기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내 슬림 케이스에도 잘 들어 가고 가격도 꽤 저렴한 편에 속한다.

내 데스크탑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한계 TDP가 80W라는 것! 내 CPU의 TDP는 96W이다. 그럼에도 주문을 하기로한 이유는 실패하더라도 차후에 TDP가 낮은 인텔 CPU로 데스크탑 하나 새로 맞출 때 쓰면 된다라는 플랜B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TDP 80W를 맞추기 위하여 몇 가지 세팅을 변경하였는데, 우선, M/B 바이오스에 들어가서 CPU의 클럭을 살짝 낮추어 주었다. 원래는 3.0Ghz 속도로 동작하는 것을 2.6Ghz로 낮추었고, 전압도 가장 낮은 수준부터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동작 가능한 최소 전압을 찾아 내었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렇게 CPU 전압을 낮추는 것이 발열 측면에서 꽤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발열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 사용량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로 변경한 것이 내장그래픽의 활성화이다. 세 대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난 이를 지원하는 AMD의 HD5750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그래픽카드를 포함한 AMD 멀티 모니터 지원 그래픽카드의 문제점은 두 대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하면 단계별 전력 사용기능이 오동작하여 다운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래픽카드 바이오스 수정을 통하여 메모리 클럭을 고정시키다시피 하면서 사용해 왔다. 이로 인하여 내 그래픽카드의 온도는 늘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고자 메인 모니터만 그대로 HD5750에 연결하고 나머지 양쪽 날개 모니터는 내장그래픽을 활성화하여 여기에 연결하였다. 이리하여 HD5750의 파워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PC 전반적인 온도도 하향시킬 수 있었다. 다만, 내장그래픽에 연결한 모니터들은 화면 재생속도가 떨어져서 좀 답답하다. 메모리 절약을 위하여 사이드포트 메모리만 할당했더니... 게다가 한쪽 모니터는 D-SUB에 연결해야 하는...

위와 같은 노력 후에 마침내 팬이 없는 CR-80EH를 설치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6월초이고, 거의 한달이 지난 무렵인 지금에서야 리뷰를 써본다. 바로 리뷰 썼다가 나중에 PC가 오작동을 하거나 하면 좀 쪽팔릴 거 같아서... ㅋㅋㅋ 뭐 한 보름정도 써보고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요즘 새벽에 월드컵 시청하느라 체력이 바닥인지라... 그래도 테스트 기간이 길어진만큼 결과의 신뢰성도 올라갔다고 주장하고 싶다. ㅋㅋㅋ

설치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닌데, 내가 처음 예상한 것보다는 일이 살짝 커졌다. 난 메인보드는 그대로 두고 기존 CPU 쿨러만 제거하고 CR-80EH를 설치하면 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결국 케이스에서 M/B를 탈착한 후에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케이스에서 M/B를 빼낸다는 것은 여러 가지 부차적인 작업이 따르게 마련인데, 여기서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PC 조립 한번 쯤 해봤다면 아는 바로 그 작업들이다. ㅜ.ㅜ 즉, 설치가 어렵지는 않지만 상당히 번거로운 편에 속한다. 특히나 나같이 작은 케이스를 사용한다면 더욱 번거롭다.

결과적으로는 꽤 만족스럽다. 24시간 내내 PC를 켜놓고 있어서 종종 수면에 방해를 받곤 하였는데, CR-80EH로 변경한 이후 정말 조용해졌다. 다만, 이제는 CPU 쿨러 소음에 묻혀 있던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특히나 새벽녁에는 윈도우가 지맘대로 스케줄러에 등록해 놓은 백그라운드 작업들이 집중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가만있어보자. 요즘 SSD 가격이 많이 내리지 않았나? ㅋㅋㅋ

내 작업 스타일 상, CPU 동작 클럭을 조금 낮춘 것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고, 다만 내장 그래픽에 연결한 모니터들이 좀 답답하게 동작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메모리 증설 후에 메인 메모리라도 좀 할당해 줘야 겠다. 뭐 크게 향상되지는 않겠지만...

쿨러의 높이 때문에 케이스 뚜껑이 안닫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아주 살짝 했는데, 예상밖으로 잘 닫힌다. 평소에도 케이스 한면을 열고 사용하는지라 케이스가 안닫히더라도 별 상관은 없었지만, 안닫는것과 못닫는것은 다르다! 그런데, 케이스 내부 온도 문제로 뚜껑은 열어 놓고 쓸 계획이다. 워낙에 공기순환은 고려하지 않은 저렴이 케이스를 모양만 이쁘다고 사서 쓰다보니 이러한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