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MBOX HC-5000, 분노폭발

며칠 전에 대대적인 방정리를 한 이후에 나에게 오래되고 적은 용량의 하드디스크( 이하 HDD)들이 침대 밑에 보관( 또는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냥 버릴까 하다가, 그럭저럭 용량이 큰 녀석은 백업용으로 사용하고 2014년도에 쓰기에는 너무 적은 용량을 가진 녀석들은 여러 번 덮어 쓰기를 하고 버려야 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대부분의 보관된 HDD들은 워낙에 오래된 것들이라 E-IDE 포트 방식이었는데, 내 데스크탑에는 E-IDE 포트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번 뺐다켰다를 하기는 좀 불편하여 E-IDE 포트 방식과 S-ATA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외장하드케이스를 주문하여 결심한 내용을 실행에 옮길 계획을 짰다. 그런데, 다나와 사이트에서 찾아본 결과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외장하드케이스는 유니콘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MBOX HC-5000 이라는 제품밖에 없었다. 사용기에는 나쁜 평들이 꽤 많았으나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잘 쓰고 있다는 평도 많아, 그저 잘 되길 바라며 구입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를 넘어 엄청난 분노에 휩쌓였다.

처음부터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미니 드라이버까지 챙겨주고 나서도 넉넉히 주는 것을 보며 잘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히 보니 나사가 두 종류? 나사 끼울 곳이 두곳밖에 없는데 왜 나사가 두 종류인가라는 의아해 했는데, 양쪽 구멍이 살짝 달라서 각각 맞는 나사를 조립해 주어야 했다. 헐... 그냥 똑같이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왜 나사 구멍을 다르게 만들었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영세기업에게 깔끔한 마감을 기대하기는 힘들겠거니 하고 넘어 갔다. 문제는 다음부터!

가지고 있는 HDD들을 끼워서 인식을 시켜 보는데, 대부분의 E-IDE HDD들이 인식이 안된다. 분노게이지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결국에 제대로 인식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HDD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아마도 15년은 되었을 법한 IBM의 6.4GB 짜리 하나만 제대로 인식이 된다. 이 녀석은 백업용으로 사용하기도 뭐하고, 그냥 여러번 덮어 씌워서 버리려고 했던 것, 그런데, 이 녀석마저도 (Quick Format이 아닌) Format을 하면 먹통이 되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

그나마 가지고 있는 S-ATA 방식의 노트북용 2.5인치 HDD만 정상적으로 처리가 되었다. 이것도 혹시 먹통이 될까지 Format은 하지 않았고, 그냥 여러번 덮어 씌우는 작업만 하였다. 이 HDD는 120GB정도의 용량을 가지고 있고 크기도 작아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오래 전에 배드섹터가 생겨서 그냥 방치해 놓은 것이라 버려야 한다.

이 제품의 문제는 E-IDE HDD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USB3.0에서 문제가 있었다. USB2.0만 지원하는 내 데스크탑에서는 그나마 S-ATA HDD들을 잘 인식하였는데, USB3.0을 인식하는 공유기나 노트북에 꼽으면 한 5분~10분 후에 꺼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아마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Sleep Mode로 전환하는 기능이 작동한 것 같은데, 문제는 Sleep Mode에서 깨어나질 않는다는 것. 아니면, USB3.0 수준의 전압이 (아답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 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USB3.0에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결국에는 이 외장하드케이스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불안정하여 HDD의 생사를 결정하여 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봉인하거나 다음 분리수거일에 던져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이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를 생각하면... 다시는 유니콘이라는 이 업체의 제품을 사지 않기로 하였다. 이 업체는 USB3.0에 관련한 기술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에 보관하고 있는 HDD들은 그냥 분해하여 플레터만 깨부숴서 버리기로 하였다. 다만, 별모양 드라이버가 필요한데 당장 없어서 나중에 생기게 되면 그 때 버리기로...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