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장현도

리디북스에서 사놓고 꽤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그래서 어디서 소개를 받고 구매를 하게 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국내 KOSPI200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소롭지만 플레이어로 트레이딩을 해본 경험때문에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제목이 내 시선을 끌었나보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거나 하기는 쉽지 않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트레이딩이라는 분야가 꽤나 전문적이고 트레이딩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설사 경영학이나 회계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따라가기가 벅찬 전문용어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난해한 소재를 다루는 솜씨가 굉장하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분명 재미있게 읽었는데, 비판을 할 껀덕지가 참 많은 글이다. 대중성은 높은데 작품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아마도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마치 팍스넷 아저씨들의 무용담을 잘 엮어 놓은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소설로써의 작품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그냥 인터넷에 글빨 좋은 사람이 올려 놓은 (스왑주의라는 경고가 붙은) 글을 읽는 기분이다. 재미있는데 영양가는 없는...

우선, 문체가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 문장들이 거칠다는 뜻이다. 정식으로 등단을 하여 소설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사람은 이런 거친 문체를 그대로 출간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이런 소재를 다루지 못하겠지.

주인공들이 전지전능에 가깝다. 주인공인 최도후라는 인물은 증권업계에서 몸담다가 독립하여 트레이더로서 꽤 훌륭한 성적을 올린 사람인데, 어찌하다 제대로된 진상고객을 만나서 개고생을 하며 해외 여러 곳으로 도피생활을 하게되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게다가 잡혀서 부모님까지 고생을 시킨다. 이러한 고난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너무나 탁월한 도망자의 능력을 보여주게 되는데,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우월하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진다. 뭐 최도후가 결국 알아서 하겠지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 주인공이 이기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에서라면 모를까 소설치곤 좀...

스케일을 지나치게 키운 점도 좀 현실감이 떨어지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극동아시아와 미국시카고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일들을 번갈아 가면서 써내려 가는 스타일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여 인상깊었는데, 나중에는 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마치 헐리우드와 합작으로 만든 국내 초기 영화들의 느낌이 난다. 물론, 그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하곤 했다.

위와같은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E북이라 책값도 그리 비싸지 않은데다가 흥미위주로 읽는다면 국내 전직현직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에게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세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 책에 대한 나의 비판은 쓸데없는 진지함일 지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