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민란의 시대

한국영화를 잘 보지 않는데다가, 조선시대 정확히 말하자면 세종 이후의 한국사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참 비굴하고 서글프고 답답하며 분노를 유발하는 지라 한국 역사극은 왠만하면 그냥 지나치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의 캐스팅이 꽤나 화려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로 극장을 찾았다. 그냥 하정우 믿고 봤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가장 두드러진 활약은 오히려 강동원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철종 때라고 하는데, 정확한 연대가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고 그저 조선후기에 백성들 먹고 살기 힘들어 탐관오리보다 도적떼들이 환영받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영화를 관람하면 크게 무리가 없다.

귀한 가문에서 서자로 태어난 조윤(강동원 분)이라는 자가 출신성분으로 인하여 관직을 받기도 힘든 상황인지라 무술연마에만 집중하다보니 어느덧 조선 제일검이 되어 있더라... 정도는 다른 사극에서도 많이 다뤄진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 조윤이라는 자가 검술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머리 돌아가는 것도 특출난 지라 이 머리를 재테크에도 잘 써먹는다. 흉년이 들어 힘들어 하는 백성들에게 쌀을 빌려 준다. 단, 땅을 담보로! 일종의 부동산담보대출, 모기지론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쌀을 빌린 백성들은 쌀을 갚지 못해서 땅을 압류당한다. 뭐 요즘에도 흔히들 있는 이야기. 불법적인 일도 아니다. 지방 정부에게 로비를 하여 쌀이 필요한 백성의 목록을 받아내기는 했고, 쌀을 빌려줄 때는 겨나 모래를 섞어 주면서 갚을 때는 온전한 쌀을 받는 양아치짓을 하기는 했다만 계약서에 특별한 흠결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무식하여 글을 모르는 무지랭이 백성들의 사정이 안타까울 뿐! 쌀을 그리 쉽게 빌려줄 때는 의심을 했어야지!

그런데, 이놈의 도적떼들이 백성들을 위한답시고 이 조윤이라는 자의 재산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그를 죽이려 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강동원의 매력에 푹 빠지다보니 조윤이 정말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먹고 살기 힘들면 남의 물건 막 뺏어도 되는지 함께 억울하기도 하고, 조윤이 죽을만큼 잘못했는지 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남자인 내가 이러니 여성 관객들의 마음은 어떠했으랴. 왜 합법적으로 돈버는 우리 오빠를 나쁜 사람으로 모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심정이 아닐까나? 역시 잘생기고 볼 일이다.

도치역의 하정우는 물론 열연했지만, 감독의 목적이 처음부터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를 대중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심각한 상황을 허용하지 않고 그저 코메디시대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난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본전생각나는 정도로 재미없는 것은 아니니 기대 안하고 봤는데, 딱 기대 안한 수준이라고나 할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