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경험상 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대부분 내 취향이 아니었던지라 이번 명량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600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거 또 대작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예매를 했고, 극장에 간 날은 이미 800만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중권씨가 졸작이라며 살짝 김을 빼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천만관객에 육박하는 영화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극장을 찾았다.

내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진중권씨가 졸작이라고 폄하할 만큼 값어치 없는 영화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천만관객이 당연할 만큼 명작도 아니었다. 영화를 보는 시각은 관객 각자에 따라 다르니 그것이 프로의 시각이든 아마추어의 시각이든 존중을 하겠지만, 내 취향이 대중성과 상당히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또한, 이 대중성이라는 것이 압도적인 배급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중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한국에서 최민식이라는 배우에게 연기력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무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내가 그리고 있던 이순신과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이순신, 또는 감독이 그리고 있는 이순신과는 좀 달랐다. 게다가, 최민식이라는 배우에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그의 필모그라피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장군보다는 산적이나 백정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한민 감독의 예전 작품인 최종병기 활과 비교하자면 나 역시 활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같다. 난 아직도 활시위가 팽팽해진 상태에서 활이 시위를 떠나기 직전에 느꼈던 그 숨막힘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영화 명량에서는 장군 이순신에 대한 (어쩌면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습되어졌기에 느낄 수 있는) 장엄함과 숭고함이 느껴질 망정 팽팽한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리뷰를 쓰다보니 진중권씨 말이 다 맞는 거 같다, 헐...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