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터틀

어렷을 적, 닌자 거북이이라는 TV시리즈를 즐기곤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이번에 개봉한다는 닌자터틀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 2014년에 이 거북이들을 다시 보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다시 보지 말았어야 했다.

무술을 익힌 이 거북이들은 훌륭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이제 동심이 사라져 버려서일까 이 거북이들에 대한 어떤 감정도 들지 않는다. 그저 참 거북이같이 생겼다라는 느낌 뿐이다. 내가 어렷을 적 그렇게 좋아하던 거북이들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구별지을 수 있는 것은 그저 구멍 뚫린 안대의 색깔이 각자 다르다는 것 정도인데, 그럼에도 어떤 색이 미켈란젤로인지 어떤 색이 라파엘로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구별하기 어려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딱히 구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저 닌자거북이일 뿐 그들 각 캐릭터의 독립적인 정체성이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다.

SF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이기에 왠만큼 재미 없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볼만했다 정도의 평을 하는 편인데, 이 거북이들은 그런 나조차 실망시킨다. 후속편이 나와도 자신있게 안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뭐 명절에 TV에서 해주면 모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