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와 퐁듀의 만남 @오쭈 대학로점 with 웹디동

심이누나가 한동안 시간내기 어렵다면서 벙개나 하자고 하여 어렵사리 셋이서 뭉치게 되었다. 셋이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지라 짧은 시간이나마 볼 수 있는 것도 꽤나 노력한(?) 결과다. 처음에 강남역 인근에서 스터디를 하기로 한 나는 강남역이면 좋겠다며 당치도 않은 제안을 했었고 당연히 만날 장소는 다른 곳으로 정해졌다. 저번에 만날 때부터 쭈꾸미를 쭉 밀고 있던 민웅이형의 의견대로 쭈구미를 먹으러 갔다. 장소는 오쭈 대학로점!

서비스로 나오는 샐러드
샐러드 서비스를 받으려면 서빙하는 알바생과 하아파이브를 해야 한다. 난 늦게 와서 안했지만... ㅋㅋ

내가 좀 늦었기에 민웅이형과 심이누나가 이미 주문을 해 놓았다. 쭈꾸미와 삼겹살 섞은 것으로 주문을 해 놓았는데, 쭈꾸미만으로 주문하는 것이 어떠했을까 약간 아쉽기는 하다. 안에 든 쭈꾸미와 삼겹살을 맛을 비교하면 쭈꾸미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쭈삼이 가장 잘나가는 메뉴라 대세를 따른 것이라고...

미리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을 해보았더니 쭈꾸미를 퐁듀를 찍어 먹는 것이라고 하여 꽤나 기대를 하였다. 왠지 맛있을 것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사실, 내가 상상했던 음식은 쭈꾸미를 뻐얼건 고추장이 아닌, 크림파스타와 같이 쭈꾸미에 퐁듀 드레싱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일반적인 한국식 쭈꾸미 요리인데, 그걸 끓고 있는 퐁듀에 살짝 찍어 먹는 것이다.

내가 상상한 음식이 더 맛있을 지 반대일 지는 잘 모르겠고, 오쭈에서 먹는 방식을 평하자면 쭈꾸미의 매운 맛을 퐁듀가 상쇄시켜 주고 좀 더 부드러운 맛이 된다. 사실, 난 쭈꾸미의 식감을 무척이나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매운 것을 못먹어서 쭈꾸미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살아 왔기에 오쭈의 이런 방식이 반갑기 그지없다. 왜 퐁듀를 찍어 먹으면 매운 맛이 반감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식은 퐁듀를 찍어 먹으면 매운 맛을 상쇄시키지 모한다. 이 이유 또한 잘 모르겠다.

쭈꾸미를 퐁듀에 찍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쭈꾸미에 묻은 붉은 양념이 퐁듀에 묻는 것은 비주얼 상의 감점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같은 테이블에서 오손도손 찍어 먹는거야 별 상관없을 터이지만, 회식같은 자리에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같은 그릇에다가 쭈꾸미 양념으로 불긋불긋해진 퐁듀를 같이 찍어 먹는 걸 상상하니 좀 비위가 상한다.

겯들여 마신 크림막걸리라는 녀석은 참 걸작이다. 막걸리에 크림을 넣어서 크림막걸리라고 부르는 것인가본데, 크림의 달달함이 막걸리와 섞이니 살짝 걸쭉한 것이 요거트같은 식감이 되면서 예전 어린 시절 즐겼던 보석바 맛이 난다. 민웅이형은 서주아이스 맛이라 표현하던데... 난 퐁듀에 찍어 먹는 쭈꾸미 만큼이나 이 크림막걸리가 참 좋다.

우리의 맛집탐방은 까다로운 입맛탓에 대부분 실패하곤 하지만, 이번은 꽤 성공한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