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깬다

난 불면증이라는 걸 거의 모르다시피 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내 수면 습관이 좀 변했다는 걸 느낀다.

우선, 초저녁잠이 많아 졌다. 이건 아마도 작년인가 금년정도부터 생긴 습관인 것 같은데, 저녁식사 후에 얼마 안있다가 졸음이 와서 그대로 침대에서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즉, 8시 정도에 그냥 잠들어 버린다는 의미다.

또 하나, 중간에 자다가 깬다. 새벽 2시~3시, 때대로 4시~5시 정도에 잠을 깨버리는데, 이것은 먼저 언급한 초저녁잠에 파생적으로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8시쯤에 잠들면 여섯시간정도의 수면 후에 2시~3시에 깨는 패턴. 절대 수면시간만 보면 그렇게 모자란다고 보기는 힘든데, 이렇게 자고 나면 다음에는 오후 4시정도부터 피곤을 느끼는 것이 문제다. 좀 늦게 잠들어도 새벽 4시~5시 경에 깨는데, 이러면 더 자기도 애매하고 그냥 일어나서 뭘 하기도 애매하다. 보통 그냥 깨어 있는 채로 침대에서 아이패드를 문지르다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원인이 뭘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이것이 뚜렷하지는 않다. 몇 가지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은 우선 몇 달 전부터 시작한 클래쉬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 그리고, 선물옵션 트레이딩시에 과도한 오버나잇 포지션, 마지막으로 최근에 바꾼 침대시트.

클래쉬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은 내가 잠들어 있던말든 실시간으로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잠들어 있을 때 초반에는 누군가가 내 마을을 공격할까 조마조마하여 잠을 설치곤 하였다. 뭐 이제는 어느정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라고나 할까, 이런 것이 생기기도 하였고, 털리면 털리려니 하는 초연함이 생겨서 더 이상 문제되진 않지만 습관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선물옵션 트레이딩 시에 가끔 과도한 포지션을 보유한 채로, 그것도 방향성이 있는 포지션으로 오버나잇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방향성이 없거나 포지션이 없을 경우에도 깨는 경우가 많아서 첫번째 이유만큼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침대시트를 바꿨는데, 색은 좀 마음에 안들어도 극세사라 부드러워서 피부접촉에 대해서는 딱히 불만이 없다. 그래도 갑자기 바뀐 잠자리 환경이 영향을 줄 수도 있는지라 원인 중 하나로 생각해 봤다.

이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하면 한결같이 나이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답변이 오니, 정말 나이들어서 그런 것인가 생각도 들고... 원래 서른다섯 즈음부터 이렇게 초저녁잠이 없어지고 새벽에 일찍 깨고 그런것인가? 이것이 이유라면 좀 서글프네...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