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케네스 포메란츠, 스티븐 토픽

역시 채훈아빠님이 블로그를 통해서 제안한 역사책 읽는 순서의 흐름에 따라서 선택한 책이 바로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이다. 참고로 링크는 (예전에도 소개하긴 했지만) 아래와 같다:
http://blog.naver.com/hong8706/40191617141

(난 그렇게 느끼지 않지만) 흔히들 역사책은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많은데『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은 그런 편견에서 꽤 자유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에 얽힌 에피소드를 엮어 놓은 형식으로 씌여져 있어서 꽤 쉽게 읽힌다. 요즘 소셜 게임에 빠져 있느라 독서시간이 극도로 줄어든 상태라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다 읽었을 책이다.

대부분의 섹션이 흥미롭긴 하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콜롬버스의 아메리카 대륙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여 서쪽으로 배를 몰면 결국 절벽으로 떨어진다라고 믿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그 당시에도 지식인층에서는 지구가 구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도 그것이 인도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가 지구의 크기를 실제보다 너무 작게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서야 왜 콜럼버스가 그토록 아메리카를 인도라고 믿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 무역항을 세운 스템포드 레플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별한 천연자원도 없는 나라가 어떻게 국제적으로 중간무역에 최적화된 도시국가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또한, 타이완이 어떻게 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설탕 플랜테이션 지역으로 전락하지 않고 벗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 전에 저자는 여러 가지 근거를 두고 제국주의의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전락한 국가는 경제발전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맞기도 하고...

감자에 대한 일화도 나오는데, 감자는 사실 노예들이나 하층민들이 먹는 음식이라 귀족들은 먹지 않았던 음식이란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감자가 이런 대접을 받았던 역사가 있다니...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섹션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노예무역.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끌려온 노예의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쉽게 설명한 책도 없을 것같다. 사실, 설명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야기하듯이 써나가다 보니 그냥 머리에 쏙쏙 들어 온다. 왜 유럽에서 가까운 아프리카에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들지 않고 머나먼 아메리카로 노예들을 끌고 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는데, 아프리카 내부의 원주민 종족의 저항이 거세기도 했고, 풍토병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내부로 깊숙히 들어가기 보다는 해안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했던 당시 백인들의 성향 때문이었다. 이런 장거리 이동은 (반인류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꽤 비효율적이어서, 배에 태워서 미국에 도착할 즈음에 살아 있는 노예는 1/5 정도에 불과했다고 하니 노예가 되기 전부터 참담한 고행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