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알바트로스의 『돈을 이기는 법』 성필규

국내 선물옵션시장에 관심이 있거나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면 아마도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알바트로스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성필규씨의 책 『돈을 이기는 법』을 읽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분이 선물옵션과 시스템 트레이딩 업계에서는 엄청 유명한 분이다. 사실, 난 다른 이들의 명성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인지라 이 분이 이렇게 유명한지 알게된 것이 그리 오래전은 아니다.

이분의 블로그는 구독해서 지속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글이 그리 자주 올라오는 편은 아니고, 자문사를 차린 이후에는 특히나 그러해서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 책을 "봐야할 책들" 목록에 포함시켜 놓고 또 한동안 잊고 있다가,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사재기한 책들 중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고,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난 후 읽게 되었다.

처음 제목을 보면서 참 품위없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용과의 일치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참 제대로 짚은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주요 내용은 성필규씨 자신의 트레이딩 인생을 과거부터 시간순으로 회고하는 부분과 현재 개인 트레이더들에게 마인드 컨트롤과 자금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잔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들 첨부하는 기술적 분석 팁이나 기법같은 것은 전혀 담겨 있지 않으니 그의 기법을 알아내려고 책을 읽겠다면 만류하고 싶다. 어느정도 시장에서 고생을 하고 나면 시덥지 않은 기법소개하는 책보다는 이런 무용담(?)이 더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그럭저럭 알고는 있었지만, (많은 주식/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그러하듯이) 성필규씨도 참 고생을 많이 했다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깡통"이라는 것도 여러 번 경험하고 9억이라는 부채를 짊어진 적도 있었으며 너무 급해서 사채를 써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린 적도 있다는 걸 읽고 나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너무도 사소하게 느껴졌다. 다만, 그는 자금조달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 월 천만원이라는 수익을 안겨주곤 했던 증권방송도 그러하거니와 그가 파산을 하면 주변에서 종잣돈이라며 몇 억을 선뜻(?) 건내준다. 시작부터 워낙에 명성을 쌓아 왔고 그 명성을 소중히 여긴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 본인의 판단이다.

많은 선물옵션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세상에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양쪽을 모두 가지고 있게 마련인데, 저자인 성필규씨는 아마도 후자의 마음이 더 강한 것같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명성을 얻었지만 뽐내고 싶었던 자신의 그러한 마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그의 인성이 정말 겸손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대해서든 시장에 대해서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자도 이 책을 통해 언급했지만, 시장에 대한 교만은 곧 약점이 되고 시장은 이 약점을 가만두지 않는다.

이 책은 선물옵션 시장에서 승리한 몇 안되는 인물중에 하나인 분이 자신의 트레이딩 인생을 매우 진솔한 문체로 써나간 것이기에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받아들이는 바가 참 크다.

가끔 내가 왜 파생상품시장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을까라는 생각, 또는 그렇지 않고 무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없었을까, 또는 지금에서라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필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어렷을 적의 부족함이 이유이든 천성적이든 리스크 테이킹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트리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다른 트리거에 의해서 난 이 시장에 발을 들여 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이러이러한 트리거에 대한 설명을 하지만, 아마도 저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살아 남을 수 있을 지 더 나아가 재정적인 관점에서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 지 아니면 다른 많은 패자들과 같이 시장에서 사라져 버릴 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겠지... 난 성필규씨만큼의 명성도 없고 자금조달능력도 상대가 안되며 경험도 훨씬 일천하다. 단지 트레이딩이 즐겁다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그대로 내가 가야할 운명이라면 좀 더 열심히, 그리고 교만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야 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 책을 참 적절한 시기에 읽은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