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서플라이가 타버리다, CPU 불량을 처음 경험하다

이때까지 참 많은 PC를 조립해 왔고, 많은 고장에 대처해 왔는데, 이번에 겪은 문제들은 참으로 나를 당황케 만들었다.

이틀전, 책상에 앉아 데스크탑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에서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인지했다. 원인을 몰라 약 3초간 의아해하고 있다가 이것이 책상 아래 두었던 구PC에서 나는 연기임을 예상하고 PC를 보니 예상대로였다. 당시에 월초에 새로 조립한 PC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구PC를 네트웍 드라이브로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PC에서 폴더창이 먹통이 되었다.

PC를 빼내어 확인을 해보니 파워서플라이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었다. 타버린 것이다. 구PC에 사용된 파워서플라이는 에너맥스사에서 m-ATX용 출시한 것으로 구PC의 수명만큼, 즉 5년정도를 잘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딱히 CPU나 PC 자체의 온도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먼지로 인한 합선이 고장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럭저럭 수시로 케이스 내부와 파워서플라이 필터쪽을 청소를 해주곤 하였는데, 케이스의 열리지 않는 면과 맞닿아 있는 쪽은 그냥 생략했더니 5년간 그 부분에 쌓여 있던 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모델은 현재 단종되어 나오지 않긴 하지만 당시에 나름 명품으로 인정받던 녀석이었는데, 5년만에 생을 마감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것 뿐만 아니라 이 파워서플라이가 사용된 구PC의 메인보드도 고장이 난 듯하다. 반응이 없다. CPU는 다른 보드에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해당 CPU에 맞는 보드가 없으니 고장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1년전에 업그레이드한 CPU이므로 나중에 AMD A/S 센터를 방문해 봐서 고장여부 확인 후에 중고로 팔아야 할 듯하다. DRAM들은 멀쩡하게 잘 동작한다.

문제는 신PC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부팅불가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구PC의 부품들이 정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신PC의 파워서플라이를 떼어다가 확인을 해보고 고장을 확인한 후에 다시 신PC에 연결을 하고 나는데 부팅이 안된다. 여기까지가 이틀 전까지 일어났던 일이다.

그리고, 어저께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 그리고 DRAM 모듈을 들고 ASUS A/S 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ASUS A/S 센터는 노트북만 취급하고 메인보드 등은 구입한 총판을 찾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구입한 곳은 iBora사가 총판, 근처에 iBora사 A/S 센터를 찾아 갔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렇듯 iBora도 용산전자상가와는 조금 떨어진 외진 곳의 허름한 건물에 A/S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가지고 간 모든 부품들, 그러니까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DRAM 모듈들 모두가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테스트 전에 CPU 장착 부분의 핀이 살짝 휘어져 있어서 편 것 밖에 없고 다 정상이라고 하며 부팅화면이 뜨는 것을 나에게 보여준다. 이제 의심할 것은 CPU 밖에 없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CPU를 가져올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설마 CPU가 불량이겠냐라는 생각으로 CPU는 안가지고 갔었는데...

핀이 휘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서 집에 와서 다시 조립을 해보니 부팅이 안된다. CPU 불량이 유력해지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가 어제 있었던 일.

그리고 오늘 인텔 CPU의 사후지원을 맡고 있는 인텍을 방문했다. 역시 어제 갔던 iBora사가 있었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방문전까지 만약 CPU도 정상으로 나오면 어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는데, 방문해서 바로 테스트를 해보더니 "불량이네요."라는 직원의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새 CPU로 교환해 준다. 이미 교환을 위해서는 쿨러와 포장지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을 통해서 들었기에 또 집에 갔다오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어제 CPU까지 챙겨 갔으면 이틀 연속으로 용산을 가는 수고로움을 조금 덜 수 있었기에 CPU 불량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버린 나를 스스로 원망했다.

집에 돌아와서 새로운 CPU로 다시 조립을 해보니 언제 고장이 있었냐는 듯이 잘 동작한다. 조립을 마무리하고 PC를 다시 켜니 윈도우를 다시 설치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잘 동작한다. 안도했다. 다만, 전원버튼의 불빛이 푸른색이었는데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뭐지? 뭐지?

구PC는 서버용으로 사용할 요량이었는데, 우선 랩탑을 서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메라도 구입해야 하는 처지라 PC를 한달에 두 대나 사는 것이 재정적으로 좀 버겁게 느껴져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려고 한다. 랩탑을 가지고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그때가서 새로 PC를 하나 맞추던가 해야겠다.

이번 해프닝으로 얻은 교훈이 몇 가지 있는데, 아래와 같다:
1. CPU도 불량일 수 있다
2. 파워서플라이도 주기적으로 청소해줘야 한다
3. 용산전자상가 방문시, 효창공원역도 유용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