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워낙에 잘 만들어 놓은 예고편 덕분에 살짝 기대를 했고, 프로메테우스와 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영화이기에 안심을 했으며,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이 주연이기에 본전 생각날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내가 무신론자라는 것이다. 종교적인 서포팅을 그저 마법을 부리는 것이라는, 즉, 환타지 영화라고 인식하고 보려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상당히 노력을 한 것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종교적 향기를 감출 수는 없었다. 람세스와 모세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만드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람세스를 찐다같은 캐릭터로 설정해 놓고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모세는 잘생기고 전투기술도 뛰어나고 전략도 우수하며 인성도 좋은 완벽한 사람으로 설정했다. 게다가 전지전능한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모세를 도와준다. 이건 뭐 게임이 안된다. 일방적으로 람세스의 패배이다.

이집트의 역사나 성경에 대해 무지한 관계로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 성경의 이야기 (또는 픽션) 인지 알 도리가 없어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난 이 영화를 통해서 역사를 보려고 했고 영화는 관객에게 종교를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미 난 이 영화를 보고 흥미를 느끼지 못할 운명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크래딧이 올라갈 즈음에야 깨달았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읽었던 람세스에 관한 책에서는 람세스가 이렇게 무능한 왕으로 나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