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A5000 + SEL20F28

6년동안 유용하게 데리고 다니던 올림푸스 E-420의 LCD를 깨먹은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였다. 이미 그전부터 미러리스가 대세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딱히 망설임이 별로 없었다. 이미 점찍어둔 (송혜교가 광고해서 송혜교 카메라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소니 A5000, 그리고 E마운트 단렌즈인 (소니에서 셀카렌즈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 SEL20F28을 함께 구매하였다. 참고로 A5000의 경우에는 번들렌즈가 빠진 옵션으로 선택을 하여 다소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위에서 고민이 별로 없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고민은 있었다. 우선 바디의 경우에는 바로 위 레벨인 A5100과 계속 비교하며 고민을 하였는데, 비교한 결과 A5100과 A5000의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 AF와 LCD였고, 이 두 가지 모두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20g 정도 더 가벼운 무게라면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A5000으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A5100은 위상차AF와 콘트라스트AF를 잘 조합한 하이브리드AF 기능이 있어서 좀 더 빨리 초점을 잡을 수 있는 반면 A5000은 콘트라스트AF에 의존하게 되어 초점을 잡는 시간이 다소 느리다. 하지만, 내가 날아다니는 새를 찍을 것도 아니고 찍는 사진 대부분이 음식사진, 또는 지인들이나 내사진 정도이기에 빠른 AF가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음식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또 다른 단점, LCD의 경우에는 구매해서 실제로 사용하고 보니 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데, A5000의 경우에는 암부에 지글지글한 영상이 계속 보여지곤 하여 눈에 살짝 거슬리며, 카메라의 LCD로 보는 것보다 PC에 옮겨서 보는 것이 현저히 좋은 화질로 느껴질 정도로 카메라에 장착된 LCD는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 이것때문에 환불하고 A5100으로 교환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었지만, 사진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기존에 사용했던 E-420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기에 그냥 묵묵히 사용하는 것으로... 나중에 정 못참겠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중고로 팔고 A5100을 구매하는 방법 고려할 예정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올림푸스의 E-420과 비교하자면, 6년동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꽤나 저렴하게 구매한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사용했던 DSLR 카메라보다 훨씬 기능이 많아졌다. 렌즈의 발전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바디의 발전이 워낙에 빠르다보니 비슷한 수준의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훨씬 다양한 옵션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긴, 사진 자주 찍는 사람치고는 6년동안 카메라를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좀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된다. 물론 난 스냅사진 위주로 찍다보니 시류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E-420는 포서드 규격으로 이미지센서 크기가 1/2 크롭이었는데, 이번에 구매한 A5000은 더 작은 크기이면서 이미지센서는 오히려 1/1.5로 커졌다. 기존에 사용한 렌즈는 펜케익 렌즈군에 속하는 1/2.8F의 밝기를 가진 25mm 렌즈였는데, FF로 환산시에는 50mm 표준화각이다. 처음 입문할 때 화각의 답답함이 있더라도 표준렌즈부터 시작하여 익히라고 했는데, 난 이 조언을 유난히 충실히 따라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구입한 SEL20F28은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20mm 화각에 1/2.8F의 밝기를 가진 렌즈로 밝기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같은 대신에 환산화각은 30mm로 표준화각보다 좀 더 넓은 곳을 커버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기존 표준화각으로 셀카를 찍으면 좀 부담스러웠는데, 이번 SEL20F28은 셀카를 찍기에도 적당하다. 별칭 역시 셀카렌즈이니...

현재 E마운트군에서 가장 인기있는 단렌즈라고 하면 역시 카페렌즈라고 불리우는 SEL35F18과 여친렌즈라고 불리우는 SEL50F18이 있는데, SEL35F18이 환산화각으로 하면 표준화각에 가장 가깝고 밝기도 1/1.8F로 상당한 수준이라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SEL50F18은 내 사진활영 패턴을 고려하면 별로 쓸모가 없을 듯하다. 실제로 렌즈 선택을 할 때 마지막까지 SEL35F18과 SEL20F28 중에 망설임이 있었다. 6년동안 표준화각에 익숙해지다보니 표준화각에 대한 집착같은 것이 생겨 버린 수준이었고, 1/1.8F라는 밝기에도 불구하고 렌즈의 크기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화각을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결국 SEL20F28로 결정짓게 만들었다.

그런데 3일간 사용을 해본 후, 지금은 밝은 렌즈에 대한 열망같은 것이 다소간 사그라진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바디의 발전 때문인지 고감도 설정 상태에서도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E-420의 경우에는 ISO 800도 버거워 하는 수준이었으나 A5000은 ISO 3200 정도는 거뜬해 보였다. 거뜬해 보였더라도 사진이 밝은 곳에서 찍은 것같이 쨍쨍하지는 않다. 마치 JPG 파일 높은 압축으로 저장을 해서 노이즈가 보이는 듯한 사진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꽤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버텨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더 커서인지 넓은 화각에도 기존 E-420에 팬케익렌즈를 장착한 것만큼의 심도얕은 사진이 나온다. 심지어 셀카를 찍어도 뒤배경이 살짝 뭉게지는 수준이다. 대체적으로 스냅사진은 배경 또한 중요하니 제대로 뭉갤 필요도 없지 않은가! 얼마간은 렌즈 추가 구매 욕심 없이 SEL20F28로 버틸 수 있을 듯하다. 오히려 넓은 화각에 대한 장점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는 상태이다. 셀카를 찍어 본다던가, 음식 한상을 다 커버하는 사진을 찍는 다던가 하는...

마지막으로 정말 가벼워진 무게는 가장 큰 만족을 주었다. E-420 역시 6년전에 가장 가벼운 카메라라고 광고를 하던 카메라이고 펜케익렌즈, 배터리, 저장장치 다 합쳐서 600g을 넘지 않았지만, A5000은 SEL20F28렌즈, 배터리, 저장장치 다 장착한 상태에서 350g이 채 되지 않는다. 200g 이상 가벼워진 것이다. 난 꽤 연약한(?) 남자이고 매일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이 200g은 꽤나 크게 다가온다.

6년전 카메라와 비교를 한다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새 카메라에 감동을 받는 것같다. 카메라는 5년이상 쓰고 바꿔야 업그레이드 시에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