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우체코BrouCzech

16세기 독일에서는 맥주순수령이라는 법령이 만들어졌는데, 맥주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하여 물, 맥아, 홉을 제외하고는 어떤 원료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이다. 실제로 옥수수나 쌀을 섞어서 만드는 맥주보다 위 세 가지 원료로 만드는 맥주가 좀 더 깔끔한 맛이 난다. 이렇게 맥주를 만들면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역시 독특한 홉을 사용하여 고유한 풍미를 내는 것이다.

난 새로운 라거류의 맥주를 선택할 때 위와같이 물, 맥아, 홉, (그리고 이스트) 이 재료로만 만들었는가를 꼭 따진다. 국내 브랜드의 맥주에는 이 내용이 씌여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수입 브랜드의 경우에는 필히 적혀 있다.

며칠 전에 마트에서 우연히 할인을 하고 있는 맥주를 하나 발견하였는데 브로우체코라는 녀석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체코산 맥주이다. 체코도 독일만큼이나 맥주로는 빠지지 않는다. 역시 물, 맥아, 홉만 들어간다. 홉의 향이 매우 강렬하고 독특한데, 마치 영비천을 마시는 향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유사한 맛의 맥주를 꼽으라면 크롬바커Krombacher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크롬바커보다 이 영비천스러운 향이 좀 더 강렬하다.

다만, 크롬바커가 내 취향이 아니듯이 이 맥주도 내 취향은 아니라서 아주 가끔씩만 즐길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