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음식들 @까델루뽀 with 웹디동

한옥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다는 컨셉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특히나 요즘(?) 뜨고 있는 서촌에서 이런 컨셉을 선보이는 곳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까델루뽀는 가장 오래된 집이라고 한다. 좋게 말하면 전통이 있는 한옥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되겠고, 나쁘게 말하면 비슷한 컨셉의 신생 레스토랑에게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뭐 원래 유명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현대카드가 마련한 고메위크를 통해서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졌다고 볼 수 있다. 난 현대카드 플래티넘 회원도 아니고, 지금은 고메위크도 아닌지라 우리는 제값을 다 주고 먹게 되었다. 원래 꽤 오래전부터 뜸들이고 있었는데, 디너 메뉴는 너무 비싸서 우리 모두 런치가 가능한 날짜를 조율하느라 이제서야... 참고로 한 열흘전에 예약을 하였다. 아무래도 토요일 런치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당이 보이는 자리
창가에 자리를 잡아서 마당을 볼 수 있었는데, 뭐 사진에서 보듯이 특별히 화려한 정원 스타일은 아니다

막상 내부로 들어가보면 특별히 한옥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겉에서 보면 한옥이고 실제로 한옥이 맞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원목 또는 원목 느낌이 나는 가구들로 아늑한 느낌을 들게 하고 있을 뿐 이것이 한옥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사실, 한옥의 내부구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니 한옥 느낌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묘사하려는 내 의도는 애초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런치메뉴로는 파스타 코스와 스테이크 코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우리는 스테이크 코스를 선택하였다. 스테이크 코스 중에서도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 우리는 각자 다른 옵션을 선택하여 메인디쉬는 모두 맛볼 수 있었다는...

식전빵
나쁘지 않았다. 빵의 색깔은 맛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듯 두 가지 빵의 맛은 비슷하다
에피타이져
접시 하나에 네 가지 에피타이져가 나오는 방식이고 모두 설명을 해줬는데, 설명을 못알아 듣겠다. 역시 괜찮았다
검은콩 스프
검은콩 스프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단팥죽맛이 난다
차돌박이 샐러드
차돌박이는 내가 좋아하는 부위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채소들과의 콤비네이션이라든가 드레싱의 강도 등도 알맞게 되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메인디쉬가 나오기 전까지 난 비교적 만족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에피타이저의 맛이나 데코레이션이 나쁘지 않았고 가격대가 비슷한 관계로 난 예전 정식당에서 받았던 그 만족스러운 기분을 상상하고 비교하며 레스토랑이 주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메인디쉬를 먹자마자 기분이 나빠졌다.

안심스테이크
내가 선택한 그 문제의 메인디쉬, 안심스테이크! 미디움레어로 구운 안심스테이크가 어떻게 이렇게 푸석푸석한 맛이 날 수 있는지... 엄청 실망

내가 주문한 옵션은 안심스테이크이고 미디엄레어 정도로 구워달라고 했는데, 한 입 먹어보면서 과연 이것이 안심부위가 맞는지, 어떻게 안심이 식감이 이렇게 푸석푸석할 수가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안심의 식감과 왜이리 다른 것인지, 우리만 운이 없게 고기의 질이 안좋은 날 온 것인지, 아니면 항상 안심은 이런 것인지...

채끝등심
심이누나가 선택한 채끝등심 스테이크. 몇 점 덜어줘서 먹어 봤는데, 안심 스테이크보다 훨씬 맛있었다

심이누나가 주문한 채끝등심은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 주었다. 반면에 민웅이형이 주문한 통삼겹 스테이크는 너무 느끼하다고 할까... 내가 통삼겹 스테이크를 먹어본 것이 처음인지라 평가할 수는 없는데, 만약 통삼겹이 데체로 이런 맛이라면 앞으로도 내가 선호하는 요리는 아닐 듯하다. 역시 삼겹살은 얇게 슬라이스해서 불에 구워먹는 것이 더 맛있다. 익숙함의 차이인가... 이 메인디쉬도 살짝 문제가 있었는데, 돼지고기 임에도 완전히 익혀지지 않아서 민웅이형이 다시 익혀달라고 요청을 해야 했다.

통삼겹 스테이크
민웅이형이 주문한 통삼겹 스테이크, 돼지고기임에도 완전히 익지 않은 채로 나와 민웅이형은 다시 익혀 달라고 요구했다

오늘 메인디쉬 두 개에서 문제(?)가 있었던 걸로 비추어 볼 때 이 집은 고기를 잘 못굽는 집이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뭐 오늘따라 쉐프가 아파서 보조가 고기를 구웠다던가 하는 일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언제가도 최상의 맛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동네 밥집도 아니고 나름 적지 않은 돈 내고 비교적 멀리서 맛있다는 이야기 듣고 온 것인데... 파스타 코스로 선택을 했다면 다른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선택했던 스테이크 코스는 실망이 컸다.

디저트와 차
디저트 이름이 어려워 다시 물어보니 우유푸딩같은 것이란다. 차도 선택할 수 있는데 난 그냥 무난하게 아메리카노! 저 항아리에는 설탕이 들어 있다

100만년만에 셋이 사진 찍음

우리 모임은 항상 맛집탐방으로 시작해서 각자 스마트폰/아이패드 가지고 놀기로 끝나기 일수라 음식사진은 많은데 정작 우리 사진은 없었다. 그래서, 새로 산 셀카 잘나오는 "송혜교 카메라" 활용차 셋이서 사진을 남겨 보았다. 근데, 난 왜 표정이 뭔가 사진찍는 것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인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