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SES

어렷을 때부터 난 울보였다. 기쁠 때도 울고 슬플 때도 울고, 툭하면 울었다. 어렷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난 잘 운다. 이제 안그럴 나이도 되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반칠십 아저씨가 참 청승맞게시리 잘도 운다.

생각치도 못하게 우는 일이 생겼다. 어제 저녁에 만난 곰탱이가 무한도전에서 예전 90년대 후반에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왕년의 가수들을 불러모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무한도전을 보지도 않거니와 언제 하는 지도 모르기에 뭐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새벽에 이렇게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해당 영상을 보게 되었다. S.E.S.가 나와서 어찌어찌 이 자리에 나와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는 장면 후에 마침내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냥 눈물이 났다. 처음엔 왜 눈물이 나는거지? 도대체 왜? 이러면서 그냥 울었는데, 자고 일어나서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쏜살같이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는 S.E.S.가 무대 저편으로 사라진 것처럼 나도 결국 세상에서 비주류가 되어 가고 있다는 서글픔?

S.E.S. 멤버들의 정확한 나이를 기억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내 또래일 것이다. 한두살 차이 정도. 그들은 내가 고등학교 때 활동을 시작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을 견뎌(?)왔다. 아마도,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그 감회같은 것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이 이유도 모르고 흘렸던 그 눈물의 또다른 원인이지 싶다. 다른 가수들이 공연에는 별로 반응이 없었는데 유독 S.E.S. 노래에만 눈물이 나는 걸 보니 난 여전히 그녀들의 팬이었던가보다.

노래를 하기 전에 그들의 재결성(?)과 관련하여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는데, 유진은 출산준비 중이라 못나와서 서현이가 대신했고 슈는 이제 애기엄마가 되었단다. 아마 이런 배경때문에 그녀들의 노래가 더 짠하게 들려 왔을지도... 슈는 어찌나 그리 자주 우는지, 슈가 울때마다 덩달아 따라 울었다.

요즘 참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더 예쁘고 춤도 더 잘추고 노래도 더 잘하지만 뭔가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팬질도 한창 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에 해야 재맛인게다.

이제는 가요무대를 보면서 편안한 미소를 지으시곤 하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