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우연히 Facebook 지인의 지인이 곤도 마코토에 관련한 기사를 링크해 놓은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읽게된 책이 그의 저서인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다. 도서관에서 대여를 해서 봤는데 인기가 많은 책인지 예약을 하고서 시간이 좀 지난 후에서야 읽을 수 있었다.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는 책이다.

읽은 소감을 우선 말하자면 정말 충격적이다. 사실, 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비교적 신뢰하는 편이다. 물론, 치과의사에 대해서는 좀 의심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학창시절 꽤 공부를 잘해야 될 수 있는 직업이고, 사회적인 지위도 높으며 그 사회적 지위만큼이나 사명감같은 것이 있어서 결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환자를 속이는 등의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곤도 마코토는 같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의료계에 만연한 모럴해저드를 꼬집기도 하고 환자들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가장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암이다. 과연 암 말기환자는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내 주위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중병에 걸린 사람이 없어서 몸소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에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느냐 아니면 집에서 짧지만 남은 여생을 보내느냐를 결정하여 이에 따른 나머지 삶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저자는 항암치료에 대한 항간의 상식을 깨버리는 주장을 한다.

난 여러 매체를 통하여 많은 정보를 습득했고, 암에 관련한 많은 정보들이 암의 정복이 머지 않았으며 건강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발견으로 초기에 암덩어리를 외과수술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면 암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닌 듯하다. 저자는 암을 크게 전이가 되는 암과 유사암으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는데, 유사암은 어차피 떼어내지 않아도 전이가 되지 않으니 제거할 필요가 없고 전이가 되는 암은 제거해 봐야 이미 다 퍼져 있어서 제거한 자리에 다시 전이가 진행되어 자라게 되므로 암을 제거하거나 방사능을 이용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즉, 전이가 되는 "진짜 암"에 걸렸다면 그저 운명을 받아 들이고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다 가라고 권유한다.

또한, 저자는 제약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비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을 한다. 예를 들어, 혈압의 경우 정상수치의 기준 범위를 좁게 하여 혈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고혈압 약을 먹게끔 유도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혈압 130mmHg는 위험한 수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정상수치 기준을 낮추어 이 수치만 넘으면 혈압약을 먹도록 강제아닌 강제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제약회사에게 추가로 발생하는 매출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더해, 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며 그래야만 심장기능이 젊을 때보다 저하된 상황에서도 몸 곳곳에 피를 잘 전달할 수 있다라고 한다. 당뇨/혈당치도 비슷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건강검진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관점으로 일관하는데, 흔히들 말하는 "털어서 먼지 않나겠냐"라는 주장이다. 병원에서 고치지 않아도 되는 증세를 굳이 드러내서 병원치료를 받을 것이 아니라 식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운동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은 쉽지만 이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저자도 아마 잘 알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을 꽤 오랫동안 받지 않아 살짝 걱정하고 있던 나에게는 매우 반가운 주장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주장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저자의 말이 얼마나 맞느냐를 판단할 능력은 없다. 게다가, 난 기흉수술을 통해 죽을 뻔한 인생을 외과수술을 통해서 살아난 사람으로서 외과수술이나 병원의 치료가 그렇게 신뢰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암에 걸렸을 경우 그냥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마음 깊히 새겨 두기로 하였다. 저자는 마음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사전의료의향서"라는 것도 써두라고 하는데, 그것은 좀 지나친 것 같기도 하여 그냥 마음에만 잘 새겨 놓기로 하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