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온열 마우스 만들기

수족냉증에 시달리는 내가 겨울에 PC앞에 앉아 일을 하는 것은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특히나 마우스를 컨트롤해야 하는 오른손이 문제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해 보곤 하였다. 며칠 전에는 실험/수술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마우스질을 해보기도 하였는데, 증상의 완화는 있었지만 미미하였기에 좀 더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내가 세상에 있었으면 하는 제품이 바로 발열 마우스였다. 손 전체를 감싸는 온열/발열 마우스 패드들은 귀여운 캐릭터 모습을 뒤집어 쓴 채 팔리길 기다리고 있었으나, 마우스 자체에서 발열이 되는 제품은 찾기가 어려웠다. 국내 쇼핑몰에서 찾다 없어서 해외 쇼핑몰까지 뒤져 봤으나 마음에 드는 제품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금년에는 내가 만들어 버렸다. 21세기 하고도 벌서 15년이 지났는데도 소비자가 이런 걸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참 어이가 없었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지 않는가! 마이크로소프트나 로지텍에는 수족냉증을 겪는 직원이 아무도 없는가보다. 하긴,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일하는 양반들이 수족냉증이 뭔지는 알라나?

따뜻한 마우스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들
실패해도 아깝지 않은 덩치가 되는 마우스 하나와 USB열선이 필요하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마우스는 로지텍사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몸바사라는 이름을 가진 마우스인데, OEM 형식으로 참 많은 업체에서 같은 모양으로 생산을 하였던 제품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양일 것이다. 그리고, 난 이 마우스가 단종될 것을 대비하여 대여섯개 정도를 이미 염가에 구매해 놓은 상태라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마우스 이외에 준비물이 필요한데, 바로 USB열선패드이다. 흔히 온열/발열 마우스패드라고 판매되는 제품을 하나 사서 거기에서 적출하였다. 요즘은 세탁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열선이 분리되는 제품이 팔리고 있었고, 나도 그런 제품을 선택했다. 이 USB열선패드만 대량으로 구매하는 방법도 분명 있을텐데, 그것을 알아볼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엔 하나만 만들 예정이라 그냥 포기하였다. 즉, 마우스와 이 USB열선패드만 있으면 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커터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작업의 목표는 간단하다. 마우스 내부에 열선을 삽입하여 PC가 켜져 있을 시에는 마우스가 항상 따뜻한 수준을 유지토록 한다. 이것이 이 작업의 목적이다.

USB열선을 지나갈 구멍을 확보
USB열선이 통과될 구멍을 확보해야 하는데, 마우스 상단 커버의 중앙 튀어나온 부분을 커터칼로 조금씩 긁어 내었다

우선 유선마우스의 선 위에 USB열선을 통과시킬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정말 구멍을 하나 뚫을 필요는 없고, 기존의 선구멍을 조금 더 확장한다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몸바사 마우스의 경우 기존 선구멍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우스 상단틀에 조금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커터칼로 이 부분을 조금씩 갈아내어 USB열선이 지나갈 수 있는 틈을 확보하였다. 처음에는 USB열선의 피복을 벗겨낼 생각을 못하고 엄청난 크기의 구멍을 뚫겠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플라스틱을 전문적으로 다룰만한 칼이 집에 없었기에 큰 구멍을 뚫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인지라 판단하고 USB열선의 피복을 벗겨내기로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적절한 선택인 것 같다.

USB열선을 마우스 내부에 임의 안착시킨 모습
발열패드를 두번 접었고 마우스의 왼쪽사이드의 공간을 이용하여 자리를 잡아 주었으며, 그 전에 USB열선의 피복을 벗겨내 주었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USB열선의 피복을 벗겨내는 작업이다. 마우스에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마우스 안에 USB열선을 집어 넣어 보고 적당히 안착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 되었다고 판단하면 USB열선의 일정 부분의 피복을 벗겨 내야 한다. 피복을 벗겨내는 방법은 커터칼로 약 1mm정도를 절단하고 조심스레 뜯어내면 자연스럽게 벗겨 진다.

가장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은 역시 USB열선을 마우스내부에 안착시키는 것인데, 몸바사 마우스가 외형적으로 상당히 커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USB열선을 적당한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USB열선을 두번 접어서 1/4 면적만 차지하도록 하였고, 마우스 휠이 차지할 공간 양쪽 버튼의 접점 부분을 피하여 적절히 포지셔닝 시켰다. 잘 안되면 스카치 테이프 등으로 고정을 시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난 운이 좋았는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는 USB열선의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하였는데, 이미 거기에는 마우스 자체의 선이 위치하고 있어서 이쪽으로 선을 돌리면 마우스 상당 커버를 결코 닫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려 왼쪽 공간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상단 커버를 덮는 단계만 남았다. 내가 선택한 몸바사 마우스의 경우, 상단 커버와 마우스 본체의 조립은 우선 본체 앞쪽 홈에다가 상단 커버의 튀어나온 양쪽 앞부분을 끼운 다음 뒤쪽 홈의 아다리(?)를 잘 맞추어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인데, 왼쪽으로 돌린 USB열선의 선부분이 앞쪽 부분의 끼움을 방해하곤 하여 이리 저리 선을 움직이고 힘을 주는 등을 노력을 해야 했다. 원래 확보된 공간에 뭔가를 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찾아서 심는 일인지라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할 일도 아니지만 인내심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하였으면 마우스 버튼이 잘 동작하는지 눌러보고 휠을 굴려보는 테스트를 해봐야 하고, 또한 PC에 접속시켜서 같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그 후에 5분정도 흐른 후에 마우스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지를 테스트해보고 열기가 느껴지면 작업은 성공이다.

나의 경우 조립 후에 마우스 왼쪽 버튼이 약간 튀어나오는 외형상의 문제가 발생하긴 하였는데, 클릭감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관계로 그냥 두기로 하였다. 뭐 겨울만 나면 되니...

꼭 로지텍 몸바사 마우스를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노트북용 미니 마우스 보다는 어느정도 크기가 있는 마우스를 수술용으로 선택하는 것이 내부공간 확보라는 측면에서 작업을 좀 수월케 할 것이다.

몇년 동안 가지고 싶었던 따뜻한 마우스를 적접 만들어 쓰게 되니 희열감까지 든다. 별로 손재주도 없는 내가 만들었으니 난이도가 그리 높은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손재주가 있고 집에 더 좋은 도구도 있는 분들은 작업을 좀 더 깔끔하게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열로 인하여 내부 마우스 회로가 망가지면서 갑자기 중요한 작업을 할 때 오작동하는 일이 발생할까봐 살짝 우려되긴 한다.

이 포스팅이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