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말로..."라는 표현의 의미

흔히들 명망 있는 교수들의 강연 등을 듣다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라는 표현이다. 그 말 이후에는 평소에는 화자가 잘 쓰지 않던 유행어나 은어/속어 등이 나오게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이 표현은 청자/독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기분이 나쁜 표현이다.

이 표현에는 "품위있고 잘 교육받은 난 평소에 이런 천박한 말을 쓰진 않지만 니들이 좋아하니까 특별히 한번 써주는거야."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필자/화자와 독자/청자가 다른 계급에 있다는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지한 상태로 독자/청자를 대하고 있음을 뜻한다. 즉, 필자/화자와 독자/청자의 계급화를 전제한 표현이다.

유사한 표현으로는 "젊은 친구들이 쓰는..." 등이 있고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 표현이 나쁜 또다른 이유는 필자/화자 또한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기가 어려우며 또는 이 표현을 쓰고 싶다는 의지가 있음에도, 마치 독자/청자를 위해서 써주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즉, 위선적인 표현이다.

루돌넷에 내가 쓴 글들을 보다가 이런 표현들이 종종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내가 거만한 것은 나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그 거만함을 숨기려 꽤 애를 쓰곤 하였는데, 은연중에 나오는 이러한 표현이 나의 인성수준을 말해주고 있는 것같아 민망하다. 게다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간형 중 하나가 위선적인 인간인데 나 또한 그런 위선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나 자신에게 분노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쓰지 말아야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