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최형선

동물관련 다큐멘터리에 열광하시는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동물에 관심이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동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잘 몰라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관심이 많은 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개와 고양이 정도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하여 난 관심 있는 동물이 조금 더 많은 편이라고 해두자.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는 여덟 종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엵어서 책으로 만든 논픽션이다. 어찌보면 여행기같기도 하고 성장소설같기도한 제목이지만 논픽션이다. 여덟 가지 동물은 치타, 줄기러기, 낙타, 일본원숭이, 박쥐, 캥거루, 코끼리, 그리고 고래.

우선 여덟 종의 동물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동물은 역시 가장 먼저 소개된 치타였다. 이상하게 직접 본 기억도 없는데 왠지 친근하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에 영 소질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난 빨리 달리는 생물체(?)에 대한 동경 비스무레한 것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건 인간에게도 해당되는데 예를 들어 축구선수에 대한 애정도 주로 빠른 윙어들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난 아스날FC의 시오 월코Theo Walcott을 참 좋아라 한다. 물론, 요즘 이 녀석보다 더 빠른 녀석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ㅋㅋ

치타가 처음부터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어찌 환경에 맞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다 보니 스피드에 체적화된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말그대로 달리기 스페셜리스트다. 그러나, 스피드라는 강점에만 최적화하여 진화를 하다보니 다른 단점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기가 어렵다. 멸종 위기 동물이란다.

엄청 빨라서 먹이도 쉽게 잡고 인생 널널하게 살 줄 알았는데, 치타의 삶이라는 것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빠르긴 빠른데 장거리에는 약해서 먹이를 그리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거니와 잡은 후에도 전력질주로 힘을 다 뺀 상태에서 다른 동물에게 잡은 먹이를 낚아 채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 안타깝다. 치토스 광고에 나오는 그 치타의 삶과 유사한 듯하다.

멸종 위기로 내몰리는 개체수 증가의 어려움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스피드라는 특징 때문에 넓은 초원의 영역이 필요한데 이로 인하여 개체수 증가가 그리 쉽지 않다. 외톨이 생활이라는 특징도 이 문제를 가속화한다. 주로, 어미 혼자 새끼를 보호해야 하는데, 어미가 먹이 사냥하러 간 사이에 새끼들이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넓은 초원이니 숨을 곳도 없지 않은가! 또 새끼가 신경쓰여 사냥도 쉽지 않다고...

그 밖에 등장하는 다른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몇 가지 더 소개하자면, 길기러기는 에베레스트산을 넘어서 이동을 한단다. 처음 알았다. 그런데, 에베레스트산의 융기가 일어나기 전부터 가던 길인데 계속 조금씩 높아져서 그냥 대대로 적응을 하였다고 한다. 적은 산소량으로도 효율적으로 숨을 쉴 수 있게 적응을 한 케이스이다.

책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낙타에 대한 이야기는 좀 시원치 못한 구석이 있다. 처음 낙타는 북아메리카에서만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해수면이 높이가 낮을 때 알라스카를 통해서 아시아/아프리카로 이동을 했는데, 그것이 각각 지금의 쌍봉낙타와 단봉낙타가 되었고, 남아메리카로 이동한 녀석들이 침밷기라는 악질적인 취미를 즐기는 라마와 알파카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낙타가 왜 사막으로 간지는 안알려준다. 아직 아는 사람이 없단다. 헐... 근데 왜 제목으로 이걸...? 쌍봉낙타는 멸종 위기이고 다른 종은 가축화되었기 때문에 멸종과는 거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원숭이에 대해서 몇 가지 언급해 보자면, 다른 원숭이에 비해서 꽤 사회적인 면이 있고 경쟁보다 협동을 우선시하며 이러한 성향이 종족보존에 매우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원숭이 엉덩이가 빨간 것은 발정기를 알리는 신호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원숭이 엉덩이는 어쩌구 하는 노래를 들으면 왠지 민망할 것 같다. 하긴, 포미닛이 그 노래를 개사하여 부른 이후부터 이미 좀 그렇긴 했다.

이 책이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전문적인 관련 서적을 보게하는 인문서로써 꽤나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는데, 틈틈이 이 동물들의 이러한 면을 본받자라는 뉘앙스의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기계발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자기계발서를 혐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당히 거슬린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