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전 @소마미술관

밀레전을 감상하러 소마미술관에 다녀왔다. 미술전 관람 자체가 꽤 오랜만이다. 지난 8월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뭉크전을 본 이후로 처음이니 7개월만인 셈이다.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심히 찾아 다니곤 했는데 왜이리 공백이 길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올림픽공원 방문은 정말 오랜만이다. 아마도 초등학교이던가 중학교이던가 소풍을 이곳으로 갔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한번도 올림픽공원을 찾은 적이 없다. 소마미술관은 태어나서 처음 가본다. SOMA가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의 약자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밀레Millet는 밀레 본인으로도 유명하기도 하지만, 바르비종파라는 이름으로 자연주의 화가들과 함께 엮여서 언급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번 전시회도 자연주의 화가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밀레를 중심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전시 내용은 바르비종파 자연주의 화가들에 대한 전반을 다루고 있다.

전시회 전반에 대한 결론을 먼저 언급하자면, 밀레의 꽤나 유명한 그림들이 많이 온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전체 작품 수에서 그리 많이 온 것같지는 않은 듯하다. 내가 하도 오랜만에 미술전시를 관람하는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통 내가 미술전시회를 관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안팎인데 반해, 이번 전시는 거의 한시간 넘짓하는 시간에 모든 그림을 다 보고 말았다. 예상외로 늦게 도착하여 관람 종료시간을 의식해서 그림당 관람시간을 좀 타이트하게 적용해서일 수도 있으니 작품수에 대한 느낌은 말그대로 느낌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을 하나 더 언급하자면, 큐레이션. 그 중에서도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관람객들의 동선을 상당히 신경써서 작품들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보통 전시회실 내에 작품을 전시할 때 동선이 한방향으로 유지되지 않고 저만치 다 보고나서 다시 돌아와서 나머지 그림을 보게 만든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럴 때는 관람객들끼리 도는 방향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전시회에는 정말 Sequantial하게 쭉 화살표만 따라가도 되도록 배치해 놓아서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꽤나 편리한 관람이 될 수 있었다. 관람객 동선의 고려가 큐레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커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큐레이터들도 이런 것들을 좀 고려해 주었으면 좋겟다.

난 밀레보다는 다른 자연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일반적으로 풍경화보다 인물화를 더 좋아하는 내 성향을 비추어보면 꽤 상반된 선호이다.

난 밀레 본인이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신성화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이 힘들고 착취적이고 피해야할 것같은 이미지라면 밀레의 그림에서는 노동이 신성한 것이다라는 사상이 주입되어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옷차림 등이 누추해더라도 항상 위엄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오디오가이드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림이 발표될 당시에도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노동자를 마치 신이나 왕과 같이 그렸다면서...

반면에 다른 자연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마음에 드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다소 어두운 숲속으로 몇 줄기의 빛이 파고드는 장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바르비종파 화가들은 퐁텐블로숲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데, 숲밖에서 숲을 이루는 나무들을 그린 작품들도 많지만, 그 숲속에서 위에서 방금 언급했던 햇빛이 나무들 사이로 스며들어와 밝게 비추는 장면이 뭔가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코로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숲속을 마치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들만의 세상을 즐기는 요정들의 아지트마냥 묘사해 놓은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아쉽게도 오지 않은 듯.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