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마조리 켈리

이 책의 본문을 몇 페이지 읽어가자마자 반발심이 불타올랐다. 주식회사법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을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자면 이 책은 딱 노조간부가 노조원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주식회사 이데올로기』이고 영문판 원제는 『The Divine Right of Capital』이다. 원제를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자본의 신성한 권리"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난 한국어판 제목이든 영문판 제목이든 이 책이 말하려는 바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과연 주식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생뚱한 질문을 던진다. 마치 "1 + 1 = 2임을 증명하시오"라는 문제 만큼이나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대담함이란... 당연히 우리는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라는 것을 배웠고 대부분의 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주주가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주식회사를 경영할 수 있음을 법적으로 보호 받는다. 그런데, 주식회사의 주인이 과연 주주가 맞느냐는 질문을 하다니...

이러한 대담한 질문을 던지면서 함께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회사의 자본은 주주가 제공해 준 것인가? 저자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든다. 이 점을 파고들다가 궁국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까지 온 것인지, 이 주장을 증명하고자 연구를 하다가 자본과 주주의 관계를 파고들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사의 자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저자가 파고든 이 공격이 상당히 날카롭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은 정확하게 현재 주주명부에 등재되어 있는 주주들은 회사에 자본을 공급했는가라고 물어보면 좀 더 날카로울 것이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주주가 꽤나 많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대체적으로 처음 회사에 자본을 공급한 사람은 주주이다. 매우 명백하다. 쉽게 설명하여 창업, 요즘은 스타트업이라고 많이 하는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크던 작던 자본이 필요하고 최초에 그 자본을 조달하는 사람은 창업멤버일 것이다. 당연히 그 창업멤버는 주주가 된다. 그리고, 그 회사가 커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는 방법이 가장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전까지 버티기 위해서 지분을 팔고 다른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을 유상증자라고 한다.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던 3자배정이든 자본조달은 주주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기존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서 주주가 되는 행위는 회사의 자본 증감과는 어떤 관계도 없다. 주주들만의 거래인 것이다.

저자인 마조리 켈리Marjorie Kelly는 이 점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이다. 최초 주주와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가 아니라면 회사에 돈을 준 것도 아니고 회사를 위해서 노동을 한 것도 아니면서 왜 주인 행세를 하려 드나!

자본에 대한 비판은 자본주의가 생긴 후부터 있어왔다. 흔히 노동자를 의미하는 L과 자본을 의미하는 K사이에 존재하는 이 문제를 주식회사와 주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L은 쎄가 빠지게 일하는데 임금은 쥐꼬리이고 K는 앉아서 펑펑 놀면서 배당금을 받아가니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회사의 설립/유상증자에 참여하지도 않는 주주를 향해서는 회사에 돈도 안넣어놓고 왜 주인행세를 하면서 배당금을 받아가냐라는 좀 더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저자는 주주들이 발끈하며 바로 반박할 수 있는 이유, 리스크 부담이라는 논리도 반박한다. 그 리스크는 주주 니들의 주머니를 위해서 감수하는 것이지 회사를 위해서 감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아... 정말 할 말 없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회사에 자본을 조달하지도 않은 "2차 주주"들은 회사의 주인도 아니고 배당금은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라는 뭐 이런 주장이다.

위에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라고 썼지만, 할 말은 당연히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으로 엄연히 보장되어 있는 거래를 부정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타인으로부터 사들인 주식이 회사에 대한 권리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회사를 창업한단 말인가! 투자해서 이익을 얻고 빠지는 투자자들은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설립부터 자본조달은 물론이고 평생 회사를 팔지 않을 각오가 된 사람만이 창업을 고려할 것이다.

게다가 처음 고용인에게 피고용되기로 하였을 때는 미리 이 회사가 주식회사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회사인지 알 것아닌가! 주식회사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형태의 회사에 취직하면 된다. 개인사업자들도 있고 합자회사, 합명회사, 유한회사도 있다.

노동자의 권리가 아주 묵살되는 것도 아니다. 피고용자들은 고용자를 상대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실질적으로 한국의 경우에는 아주 잘 활용되고 있다. 저자가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현대기아차 노조를 비롯한 금속노조의 사례를 제시해주고 싶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이익잉여금의 처분에 있어서 유보와 배당만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임직원일지라도 인센티브라는 명목으로 나눠주며 애사심을 키워 주고 있다.

물론, 내가 반박한 사례들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의 회사가 주식회사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고, 노조의 활동이 제약받거나 없는 회사가 훨씬 많으며 이익이영금의 처분에 있어서 피고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회사가 더 많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회사에 초점을 맞추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자본가들만이 찬성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자본가가 아닌 사람들이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여 공산주의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다수결에 따르던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로 이민을 가던가 하면 될 일이다. 그것도 아니면 반란이라도 일으켜 보던가. 난 당연히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허튼 수작으로 선동하는 자들을 상당히 혐오한다.

회사의 주인이 피고용자라니...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말만큼이나 웃기지 않은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