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심판』 조지 M. 태버

와인에 관하여 많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와인하면 떠오르는 나라를 꼽자면 역시 프랑스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최근에 국내에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이후로 칠레산 와인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역시나 프랑스가 대표적이기도 하고 정통성도 있는 와인의 나라라고 하는데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과연 프랑스 와인은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인가라는 질문에는 이제 한마디로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 것같다. 물론, 여전히 최고 퀄리티의 와인이 많은 지역이 프랑스, 특히나 보르도와 브루고뉴 지방의 와인이겠지만, 이미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프랑스 와인의 퀄리티를 따라잡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힘써 왔고, 그 결실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 『파리의 심판』을 읽은 후에는 미국 와인에 대해서도 선입견 없이 대할 수 있을 것같다.

사실, 난 와인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 술 자체가 그리 센 편이 아닌지라 되도록이면 술자리를 피하는 편이고, 술자리에서도 거의 무알콜 음료를 마시는 편이다.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내가 술을 즐기는 때에는 축구경기를 시청할 때인데, 이 상황에도 주로 맥주를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맥주에 관해서는 어느정도의 지식과 맥주 종류에 대한 뚜렷한 호불호가 있는 편에 속한다. 반면, 와인은 그저 그냥 상식 차원에서 지식을 좀 쌓았을 뿐 와인을 자주 마셔본 것은 아니다.

와인을 자주 마시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작은 용량의 와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맥주와 비교하자면, 손쉽게 500ml 캔이나 병, 심지어 330ml 짜리도 구할 수 있고, 도수도 낮아서 한번에 다 마실 수 있는 반면에 와인은 대부분 750ml병으로 유통되니 와인을 한 잔 시음해 보고 싶어도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마셔야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는지라 내 성향상 와인과 친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위와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선호하는 포도의 품종이 하나 있는데, 바로 피노누아이다. 딱히 브리딩이나 디켄딩을 하지 않아도 되고 타르가 많지 않아서 그냥 마시기가 좋다. 문제는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이 흔한 것은 아니고 좀 큰 돈을 들이지 않으면 질좋은 와인을 마시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책 리뷰한다고 해놓고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은데, 와인에 대해서 그리 전문가가 아니라는 설명을 하려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다.

『파리의 심판』은 미국 캘리포니아지역, 특히 니파밸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프랑스와인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승리를 거둔 사건을 모티브로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엄청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니파밸리에서 와인으로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때론 소설같이 때론 담담한 다큐멘터리 같이 그들의 노력과 결실을 그리고 있다.

니파밸리 지역의 와인으로 성공한 몇몇 대가들에 대한 이야기 임에도 난 그 대가들에 대해서 메모를 해두고 정독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퀄리티 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미국 와인이 결국에는 편견을 극복하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이 되었다라는 감동을 느낄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와인에 관하여 좀 더 열정이 생긴 후에 다시 읽어도 될테니 말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저 저렴하고 엄청 달달한 와인이 구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 와인을 맛본 후론 모든 캘리포니아 와인은 이런 식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어쩌다가 와인을 구매할 당시에도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아예 선택에서 제외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지금은 좀 더 퀄리티 있고 프랑스 와인에 비해서 저렴한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좀 더 수월하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포도 품종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었는데, 바로 진판델Zinfandel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와인을 위한 포도 품종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까르베네 쇼비뇽 만큼이나 바디감 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와인 선택할 때 까르베네 쇼비뇽이 아니라 생뚱한 품종이라고 무시하지 않기로...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