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쿠쉬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초현실주의 작품에 열광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터부시하는 편도 아닌지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쿠쉬Vladimir Kush전을 관람하였다.

전시회장을 나오면서, 아니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작가는 정말 "창의력 대장"이다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꼈던 것과 살짝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더 나아가, 초현실주의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작품과 비교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라고 몇 점 뽑아서 소개하려고 했으나, 모든 작품이 개별적으로 본연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모든 작품들에 기발한 발상이 녹아들어가 있어 몇 작품만 뽑는다면 다른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한 작품을 선택하자면 난 "하늘과 바다의 신화"라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 이 작품은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하나에 캔버스에 대서사시같이 등장한다. 이 작품을 보고나면 마치 방금전까지 감상했던 작품들이 이 작품을 위한 소재였을 뿐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개별적인 소재 중에는 "아프리카 소나타"라는 작품을 꼽고 싶다. 코끼리를 보고 난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 보고나니 왜 이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을까라며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다만, 오디오가이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작품을 그냥 보고 있으면 "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라며 내 창의력이 마저 마구마구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데, 오디오가이드의 설명들은 대부분 너무 추상적이거나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작품 이해에 방해가 되어 버렸다.

초현실주의라는 스타일에 좀 더 호감을 갖게 만드는 전시회였다. 이 전시회를 보니 또다시 2007년에 바르셀로나로 여행갔을 때 살바도르 달리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