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구』 더글라스 케네디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워낙에나 인기가 많아서 이미 너덜너덜해진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을 한 권 빌려왔다. 두 권이라 해야하나.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을 읽으면서 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참 글을 잘 쓴다. 특히,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사건으로 반전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말 잘 아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이번에 읽은 『행복의 추구』 또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모멘텀』 다음으로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들이 느끼는 시집살이를 공감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데, 『행복의 추구』를 읽으면 어느정도 공감이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잘 맞지 않는 스타일인데 자주 부딪혀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이 바로 "시월드"의 결정판이 되는 것인 듯하다. 홍보용 문구로 사용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 비견할 만하다라는 말은 애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이 간다. 시간이 지나면 『행복의 추구』도 클래식으로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남자가 어떻게 여자의 일생을 그렇게 맛깔나게 써내려갈 수 있는지 참... 존경스럽다.

소설에 등장하는 새라라는 여자의 기구한 인생은 참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면도 있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굴곡을 다 겪은 인생이다. 그렇다고 항상 불행한 것만도 아니고, 불타오르게 행복하다가도 그 행복이 빌미가 되서 불행이 시작된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은 역시 매카시즘이라고 칭해지는 반공사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소설에서 다루는 소재가 무궁무진하기는 하지만, 그의 소설에서 매카시즘이 다뤄질 줄은 정말 몰랐다. 난 그 반공주의와 이로인해 일반 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초가 그저 한국의 민주주의가 덜 발달한 상황에서 나타난 부작용정도로 이해했는데, 매카시즘의 본토인 미국의 상황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념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 잔인함은 공산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연 광기어린 반공사상 앞에서 난 잭 말론같은 선택을 하게 될 지 에릭같은 선택을 하게 될 지 궁금하다. 물론, 뼈속까지 자본주의가 박혀있는 나라는 인간은 애초에 빌미가 될 일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