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주위로부터 우려섞인 시선을 받는 것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듯하다. 이번에 읽게된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의 책,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우리가 흔히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해 있고 타인의 개성을 가장 존중해 줄 것 같은 나라인 미국에서도 혼자사는 사람들이 그러한 시선에서 벗어 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내용이 나온다.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뭔가 자기개발서같은 뉘앙스를 주는 책의 제목 때문에 자기개발서를 극도로 혐오하는 나로서는 읽기가 망설여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여러 온라인 서점을 확인한 결과 이 책이 자기개발서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싱글로서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읽을 결심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 책은 다른 자기개발서같이 독자에게 이래라저래라 주제넘는 충고를 하지 않는다. 그저 인터뷰 형식으로 싱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취재한 내용들을 기술하며 담담하게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혼자 살아 간다는 것이 어떤 즐거움이 있고 어떤 고난이 있는지를 독자에게 알려 준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참 반갑다.

흔히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늙어 간다라는 것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즉, 지금은 혼자서 즐기면서 사는 것이 홀가분하고 행복할 수도 있으나, 나이가 들어서 외로워지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하는 듯하다. 나 또한 그러하다. 이미 싱글로서의 삶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연예나 결혼에 대한 의무감같은 것에서 벗어나서 마음가는대로 살아 가고 있는 지금의 삶이 나름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과연 내가 10년 후, 더 나아게 20년 후에도 이런 삶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일 수도?

이 책에 따르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의외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모든 노인들의 사례를 조사한 것도 아니고, 일부의 인터뷰를 통해서 나온 결론이긴 하지만, 적어도 혼자 늙어 간다는 것 자체가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소득수준이 낮은 노인이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아 가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혼자서 살아가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자산은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꽤나 보편화되어 있는 상태인지라 이들에 맞추어 도시계획을 변경하였다고 한다. 4인 가족에 적합한 주택보다는 1인가구를 위해 소규모 주택의 공급을 활성화하는 것도 그 예 중에 하나이다. 이들이 1인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혼자살 능력이 되니까 혼자산다"에 가까운 듯하다. 한국에서는 시민들이 결혼을 하도록 권장을 하며 세제혜택을 주기도 하는데, 난 시민들을 국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국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이 혼자사는 것에 대한 장점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고독사라고 불리우는, 혼자 죽은 노인들의 사례들도 다루고 있는데, 혼자 내 집에서 살다가 죽어서 시체가 되어 있고 내 몸을 구더기들이 파먹고 있는 광경을 상상하니 소름이 쫘악 돋았다. 물론, 이것은 결혼을 한다고 해도 부부가 동시에 죽지 않는 한 한 사람은 겪어야할 문제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이지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공포는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난 늙어 간다는 것, 더 나아가 삶이 끝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참 고마웠다. 내가 싱글로 살아갈 지 가정을 꾸릴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의 본질이 싱글로서의 삶이 아니라 싱글로서의 죽음이었음을 알고나니, 미래에 대한 안도감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