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3년전, 내노라하는 히어로들끼리 팀을 만들어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결국 외계인들의 침공을 막아낸다는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엄청난 스케일의 볼거리를 제공한 어벤져스! 그리고, 그 속편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마침내 개봉하였고, 난 개봉날 극장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예매는 개봉일이 있는 주 일요일부터 시작되곤 하는데, 어벤져스는 일주일도 넘게 남은 시점에서 예매를 시작하였고, 한때나마 CJ CGV 사이트가 트래픽 폭증을 견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만큼 국내에서 어벤져스 속편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관객들이 어벤져스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기대하는 것은 히어로들끼리 누가 더 센지 겨뤄 보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3년전 어벤져스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던 것은 상상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던 히어로들끼리의 기싸움, 그리고 이런 개성있는 히어로들을 모아서 팀을 만든다는 스토리가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 이런 히어로들끼리의 힘싸움이 이제는 좀 지겨워 졌다고나 할까. 고작 두번째 시리즈인데 이렇게 벌서 지루함을 느꼈다는 것은 어벤져스 시리즈 뿐만 아니라 마블코믹스 시리즈들 전체의 위기일 수도 있다.

물론, 난 즐겁고 유쾌하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즐겼다. 어벤져스 시리즈 뿐만 아니라 마블코믹스 정확하게 말하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다지 재미도 없는 TV시리즈인 에이젼트오브쉴드도 열심히 보고 있는, 어느덧 마블코믹스 덕후가 되버린 나이기에 마블코믹스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 속편이 재미없을 리는 없다. 그런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편보다 재미가 덜한 것은 사실이고, 아마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벤져스의 상대가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 첫번째 어벤져스의 상대는 토르의 동생인 로키와 그가 불러들인 외계인들이었고, 구멍뚫린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오는 괴생명체들을 과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울트론이 강력하긴 하지만, 그다지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늗다. 오히려 예고편에서는 뭔가 지구상의 어떤 것으로도 죽일 수 없을 듯한 느낌인데, 실제로는 그냥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 덩어리같다.

또한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첫번째 어벤져스의 핵심 상대인 로키는 뭔가 지구침공에 대한 목적성이나 이해관계에 대해서 명분같은 것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졌던 반면에 속편에서는 마치 바이러스 걸린 컴퓨터녀석이랑 싸우는 느낌이랄까. 대등한 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그냥 처리해야할 골치꺼리녀석과 싸우는 느낌? 이러니 아무리 어벤져스 멤버들의 고귀한 희생 등으로 포장을 하려고 해도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히어로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벤져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많은 히어로들이 동시에 등장한다는 점이긴 하지만, 여기서 추가로 더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을 하니 스토리가 다소 산만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웅들끼리의 싸움은 여전히 재미있으나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것도 또보니 좀 지루하다. 그럼에도 예고편부터 궁금증을 일으키던 특수수트를 입은 아이언맨과 헐크의 대결은 꽤나 흥미진진하긴 했다.

위과 같은 이유때문에, 난 이 영화가 마치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X맨 시리즈를 섞어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위와 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난 이영화를 당연히 추천한다. 마블코믹스 팬이라면 거의 의무적으로 봐야하는 영화이기도 하며, 자잘한 개그 요소도 꽤나 재미있다. 게다가 이번 편에는 각 히어로들의 안타까운 과거 사연들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플롯을 통해서 공개되었다는 점에서도 칭찬을 해주고 싶다. 특히나 살짝 어이없기도 한 영웅들끼리의 로맨스도 기대밖의 볼거리였다.

국내 관객들은 특히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 틀림없는데, 이건 살짝 애매하다. 전반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서울이 노출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다른 나라 관객들에게 임펙트있게 인식될 것같지는 않다. 우리가 헐리우드 영화에서 갑자기 중국을 배경으로한 씬이 펼쳐질 때, 그냥 중국인가보다하고 넘어가는 것과 같이, 다른 나라 관객들도 그저 그런 나라에서 싸움을 하는구나하고 넘어갈 듯한 정도이다.

역시 국내 관객들의 초점이 맞춰질 수현은 생각보다 중요한 인물로 등장을 하며 다음편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토르는 또 왜...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