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이존 화요일 영어토론 중급

2013년 9월부터 마이존( http://cafe.daum.net/sewn )에서 화요일 영어토론 중급 스터디에서 리더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다. 워낙에 소심하기도 하거니와 이런 완장 차는 일에 어느정도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리더를 맡게 되었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의아함 또는 놀라움이었다. 뭐 나조차도 이 결정에 대해서 좀 의아하다고 생각했으니...

당시의 상황은 이러했다. 주로 참석하던 스터디는 토요일 영어토론이었는데, 당시 잘 해오던 Ernesto가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이것저것 신경쓸 것이 많았는지 스터디에 소홀하였고, 그가 소홀한 만큼 스터디는 침체되어 갔다. 마이존 내에서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토요일 영어토론 소속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던 나에게는 당연히 이러한 상황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화요일 영어토론 또한 내가 자주가는 스터디 중에 하나였는데, Young님이 운영하고 있었으나 대전에서 연구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기에 리더 역할을 할 사람을 임명하고 떠나야할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마이존에서 리더가 바뀔 때에는 전임 리더의 추천이 거의 유일한 힘을 갖는다.) 화요일 영어토론은 당시에 멤버들이 다들 소심했는지 Young 형님은 차기 리더를 추천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는데, 그 때 나에게도 권유를 하였고 몇 번 고사하다가 마침내 난 리더 역할을 수락(?)하게 되었다.

내가 리더가 되기로 결정한 것은 위의 두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토요일 영어토론 뿐만 아니라 마이존 전체가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고, 어찌되었든 영어 스터디를 통해서 영어 스피치 능력의 향상/유지를 해야 했던 나로서는 마이존을 떠나서 다른 스터디에 정착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마이존 내에서 한 스터디를 맡아서 적합한 환경을 만들지, 두 가지 선택을 두고 고심을 한 끝에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화요일 영어토론은 토요일만큼 인기가 많은 스터디는 아니었고, 항상 참석자 부족에 시달리는 스터디 중 하나였지만, 오랫동안 맡아왔던 Young 형님이 그만두시고 대전으로 내려가신다는 이별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마지막에는 꽤나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맡은 이후 참석자수들은 조금씩 조금씩 때로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이존 내의 스터디에서 참석자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리더에게 보너스가 지급되거나 하는 등의 혜택은 없다. 영리와 비영리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걸쳐 있는 마이존의 특성상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발상자체도 어색하다. 그러나, 참석자 수가 줄어들면 리더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왠지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스터디의 참석자수는 리더의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더 큰 영향은 바로 마이존 전체의 프로모션인데,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간에는 많은 신입 멤버들이 유입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좀 주춤한 경향이 있으며, 특정 기간, 이를테면 1월 중순이나 3월초순 등의 영어 스터디에 동기부여가 되는 시기에는 다소 늘어나곤 한다. 그래서, 마이존 전반적으로 참석자수가 줄어드는 것도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더 신경쓰이는 것은 다른 마이존 스터디보다 맡고 있는 스터디의 멤버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생각해보면 난 리더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마이존에서 리더가 될 때는 각자 목적이 있게 마련인데, 리더쉽을 이용하여 연애를 하고 싶은 경우도 있고, 이력서에 한 줄 얹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뭐 리더로서 군림하는 것이 체질인 사람도 있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는 스터디 본연의 목적에 좀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 내가 노력하는 만큼 다른 멤버들을 채찍질 하는 성향이 컸다. 미리 article들을 읽어 오지 않으면 면박을 주곤 했고, 스터디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꾸러기들을 냉대하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요일 영어 토론 모임을 좀 부담스러워 했던 것같다.

결국 난 좀 풀어주는 쪽으로 스터디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멤버들 각자는 영어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스터디 하는 두 시간 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에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이는 그냥 스터디 하는 두 시간 내는 것도 빠듯하다. 이렇게 각자 다른 상황인데 예습을 안해온다고 매몰차게 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고민은 만약 느슨하게 운영함으로써 스터디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말 막고 싶었다. 내가 리더가 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그냥 널널하게 운영되고 있는 스터디는 마이존내 다른 모임도 많다. 그래서, 고민끝에 생각한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해당 article에 가까운 한글 기사를 찾아 링크를 거는 것이었고, 이것조차 보지 않고 오는 사람이 많아서 두번째로 생각한 것이 article의 내용을 한두줄로 요약해서 article과 함께 올려 놓는 것이었다. summary가 내 주관에 의해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리고자 소제목에 "Rudolph's summary"라고 표기해 놓았다.

얼마간 이렇게 운영되며 그럭저럭 최악의 상황은 면하며 10명대 초반의 참석자수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4월부터 첫주에 엄청난 일이 벌어 졌다. 무려 30명이 참석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늘어난 참석자로 인하여 살짝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그럭저럭 뒤풀이까지 무난하게 치를 수 있었다. Soyoung의 말에 의하면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온 느낌이라고... ㅎㅎㅎ

30명보다는 조금씩 줄긴 했지만, 4월내내 난 참석자수가 줄어들까 노심초사하는 일없이 편하게 스터디를 운영할 수 있었다. 특히나 비오는 날에는 더 걱정이 많았는데, 4월 마지막주 스터디에도 23명까지 유지가 되었으니...

놀라운 기록도 세웠는데, 화요일 영어토론이 전체 마이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시판 랭킹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런 것은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토요일 중급 영어토론이나 FNF같은 모임에서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화요일이라는 쉽지 않은 요일상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1위가 된 것이다. 별 것 아니지만 뭔가 잘하고 있다는 뿌듯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왠지 항상 콤플렉스같이 여겨졌던 리더쉽이라는 측면에서도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진화(?)한 것은 사실이다. 온라인에서도 혼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잘해도 커뮤니티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듯이, 스터디에서도 난 루돌넷같이 블로그 운영하듯이 운영하는 실수를 했지만, 마침내 커뮤니티의 활성화라는 측면을 고려해서 취해야할 입장같은 것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스터디 참석자수가 갑자기 폭증한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스텝에게 혹시 마이존 전체적으로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없다면서 오히려 스텝이 나에게 프로모션이라도 했냐고 되묻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느슨하면서도 면학분위기를 흐리지 않도록 한 정책(?)이 효과를 봤는지 역시 인과관계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요즘 꾸러기들에 대한 냉대를 좀 줄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면학분위기가 유지되는 것은 나름 다행스럽다. 다른 스터디처럼 article을 읽어 오지 않아서 읽고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이 바로 토론을 시작한다. 그냥 대충 한번밖에 읽지 않았다고 겸손을 표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미리 예습을 안해오면 민폐라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내가 원했던 바이다. 이러한 스터디 분위기가 멤버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것이다!

5월에도 화요일 영어토론이 이러한 인기(?)를 지속적으로 누릴 지는 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급증을 했듯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급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심리적으로 허탈감을 느끼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