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책상 만들기 DIY

작년 여름에 구입했던 책상의 상판이 1년도 안되서 휘어져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토라는 브랜드로 나온 것으로써, L자형이라고도 불리우고 코너책상이라고 불리는 책상이었는데, 1600mm의 길이를 버티기에는 너무 부실한 구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난 23인치 모니터 세 개에다가 무거운 모니터암까지 설치해 놓았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 생각한 것은 모니터암을 설치한 곳 부근에다가 책상다리만 하나 사다가 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기분전환도 할겸 원목으로 된 책상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하이그로시 도장이 된 MDF 책상을 그냥 하나 주문하는 방안도 고려를 안한 것은 아닌데, 이미 MDF가 얼마나 포름포름한지 알게된 이후로 더이상 MDF 나부랭이를 내 방에 추가로 들이지 않기로 결심을 했기에 원목으로 직접 만들어 보기로... 엄밀히 말하면 집성판재이지만 MDF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원목이라고 칭하겠다.

사실 난 나무라는 재료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하이그로시로 도장된 깔끔한 가구를 더 좋아한다. 촌스러워서 그런가... 따라서, 목공도 취미라기 보다는 그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때문에 간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일 뿐이다. 그러기에 목공을 진지하게 취미로 삼는 사람들처럼 엄청난 장비들을 집에 들여 놓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업체에다가 대부분의 가공을 맡기고 스테인과 바니쉬로 마감하고 다리 붙이는 작업만 내가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4월말부터 시작하여 어린이날까지 계속되는 황금연휴에 작업을 하는 것이었으나, 책상 상판을 주문한 철천지라는 업체에서 이 기간에 이사를 간다면서 연휴가 지난 다음에야 보내주겠다고... 헐... 게다가 그 후에도 전화로 독촉을 하고 나서야 9일 토요일에 상판이 도착했다. 그래서 실제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10일 일요일부터였고, 그 후 7일동안 작업을 하게 되었다. 내가 책상 만들기에만 시간을 쏟을 수도 없기에 틈틈히 색칠 및 도장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원목 상판이 도착했을 때, 나무의 무늬가 생각보다 이쁘지 않아 많이 실망했다. 그리고, 뉴질랜드송/칠레송이라고도 불리우는 라디에타파인Radiata pine이라는 목재를 선택하였는데, 인터넷상으로 본 사진들은 정말 뽀얗다는 스프러스만큼이나 뽀얗게 보였으나 생각만큼 뽀얗지 않았다. 충분히 밝은 색이었으면 그냥 바니쉬만 바르고 끝낼까 했으나 예정대로 색칠을 하기로...

실망을 한 이유는 나무 무늬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옹이때문에 파인 곳을 메꾸미로 메꾼 자국이 몇 있었으며, 그나마 메꾸미질도 하지 않은 채로 흠집이 있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집성을 할 때는 강도를 위해서 변재와 심재를 잘 콤비네이션 하여 집성이 되는데, 이 콤비네이션도 꽤나 이질적이었다. 딱봐도 집성목이라는 티가 나는 조합이라고나 할까... 나무 주문을 처음 해보는지라 이것이 내가 요청했던 철천지라는 업체의 불성실 때문인지, 다른 업체들도 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칠하면 나아지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목표는 책상의 길이를 줄여서 단순한 구조에서도 휘어지지 않고, 나무결이 드러나면서도 하이그로시 수준의 광택이 나서 마치 밝은색 대리석 느낌이 나는 상판을 만드는 것. 그리고 책상 다리는 기존에 있던 책상의 것을 재활용하기로 하였다. 며칠 전에 생애 처음으로 드릴 사용법을 배우면서, 다리 해체에 대한 방법은 터득해 놓은 상태였다. 상판 주문시에 1200mm * 600mm 크기에 4면 샌딩과 모서리를 둥글게 만드는 옵션을 추가하였다.

스테인은 본덱스사의 퀵드라이 수성 스테인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색상은 화이트로하려다가 흰색에 살짝 따뜻한 느낌을 주는 카푸치노라는 색상을 선택하였다. 인터넷으로 다른이들의 결과물을 몇몇 살펴 봤는데, 원목 색상보다 진한 색을 칠하는 것은 그리 상관없었으나 더 밝은색을 입히는 것은 상당히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화장이 하얗게 뜬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원목색상에서 한톤 정도만 밝게 하자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바니쉬는 러스트올룸사의 바라탄 폴리우레탄으로 결정하였다. 역시 수성으로, 조사결과 열에도 강하다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허접한 바니쉬를 사용하면 뜨거운 커피잔만 잠시 놔두어도 둥그렇게 자국이 남는다고 한다.

우선 작년 페인트 칠할 때 사용했던 목재용 메꾸미로 흠집들을 최대한 메꿔주었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결오름을 일으킨 다음에 샌딩작업을 해주었다. 수성스테인을 사용할 시에는 이렇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여...

스테인은 총 네 번을 칠했는데, 칠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놨으나 발코니에서 자연광에 의지해 칠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명이 달라지기도 했고 카메라 세팅을 대부분 자동으로 설정해 놓았더니 알아서 밝기가 조절되어 버려서 과정샷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관계로 생략코자 한다. 또한, 얼마나 진하게 칠하느냐에 따라서도 색감이 달라지기에 횟수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작년에 벽지와 문짝에 페인트 칠하면서 두껍게 칠하면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 깨달았기에 첫번째는 과할 정도로 얇게 칠했더니 별로 티가 안나서 당황했다. 그 후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적절한(?) 두께로 칠하였다. 그럼에도 스테인이 예상보다 많이 남은 것을 보니 네 번이라는 횟수에 비해서 상당히 얇게 칠해졌다고 예측된다. 붓으로 칠하면 붓자국이 남을까 싶어서 사은품으로 함께온 스폰지를 사용하여 칠하였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인 듯하다. 뒷면은 칠하지 않았다.

바니쉬는 네 번을 칠했다. 세 번 정도 칠하고 나서 비교적 만족스러워 뒷면을 칠하기 시작했는데, 뒷면을 두 번 칠하고 나서 다시 앞면을 보니 모서리 부분에 뒷면을 칠하는 동안 흘러내린 바니쉬 국물(?)이 닭똥같은 눈물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헉!!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려 60방 사포로 눈물을 사정없이 문댓더니 눈물이 있었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거친 사포의 흔적까지 생겨 버렸다. 이에 당황하여 여기다가 바니쉬를 한 번 더 칠해 버렸더니 모서리 부분은 거친면이 그대로 느껴지는 마감이 되고 말았다. 90%의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다가 만족도가 70%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스테인과 바니쉬를 칠할 때는 고운 사포로 샌딩을 해주었는데, 스테인 전에는 400방을, 바니쉬 전에는 800방, 1500방 등을 사용했다. 점점 고운 사포로 샌딩을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옳은 판단이었으나 수치가 적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야매로 샌딩질을 했는지 완전 매끈한 표면이 만들어 지지는 않고 손으로 만지면 나무결이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하이그로시 수준의 광도에는 한참 모자란다. 샌딩시에 가루뿐만 아니라 가시같은 형태로 나무 표면이 뜯겨져 나가는 것도 경험했는데, 이것이 라디에타파인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완성을 하여 다리를 붙이고 거실에 놓아 보니 왜이리 모양이 허접해 보이는지... 나중에 근사한 다리를 주문해서 붙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방에다가 세팅을 해 놓으니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얇은 다리 덕택에 개방감이 높아져 방도 이전보다 좁아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다만, 휘어지는 것이 두려워 다리를 너무 안쪽에다가 설치를 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사용시에 불편할 수도 있을 듯하다.

원래는 짐 다 정리하고 3평방 분위기 바꾸기 2탄이라는 제목으로 쓰려고 했으나, 책상만으로 이미 내용이 길어졌기도 하거니와 맥아리가 없어서 짐정리를 못한 상황인지라 책상에만 초점을 맞춘 글로 마무리 하고 전반적인 방 분위기는 차후에 다시 글을 쓸 예정이다.

우선 랩탑을 하나 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렇게 도도하게 하얀색 울트라북 스타일의 랩탑 하나 놓고 일할 수 있으면 참 세련되 보이겠지만 난 23인치 모니터 세 개를 놓고 작업을 해야 하니...

모니터들을 다 세팅해 놓은 사진이다. 아까보다 너저분해 보이는데, 그나마 지금 찍은 사진은 아직 모니터 케이블들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라 그나마 봐줄만 하다. 나중에 연결하면 케이블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을 것이다. 다 정리하고 4K모니터 하나 장만할까 생각중이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뒷면이 이렇게 오픈되어 있으니 세팅이 상당히 용이하다.

DIY는 늘 그렇겠지만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남에게 이렇게 만들어 줬다가는 욕먹기 쉽상이다라는 생각에 비참해 지기도 하지만, 내 손을 거쳐서 완성이 되어서인지 이 못난 결과물에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다음에는 서랍을 한 번 만들어 볼까 생각중이다. 꽤 오래전에 샀던 MDF에 시트지 바른 서랍이 눈에 거슬린다. 나무에 대해서 알게된 이후로 나무가 아닌데도 나무인척하는 물건들이 가증스러워 보인다. 나무인척 하는 바닥 데코타일도 그러하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