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댄 애리얼리

행동경제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는 듯한 댄 애리얼리의 저서 중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굳이 "착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라기 보다는 특별히 악랄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가를 실험을 통하여 밝혀 내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여러 가지 실험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결과도 나오기는 하는데, 이런 실험의 경우 처음 가설을 설정해 놓고 그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실험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살짝 실험이 가설에 끼워맞춰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실험도 있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실험들과 그 결과들은 대체적으로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의문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몇 가지 이야기들을 나열해 보자면, 먼저 서약서의 위력이 눈에 띤다. 재판에서 증인이 선서를 하는 것이나 시험보기 전에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 등은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여 효과가 꽤 크다는 것인데, 그렇게 공개적으로든 문서상으로든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라는 서약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강한 도덕성을 심어 준다고 한다. 다만, 책 뒷부분에서 이런 서약이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다른 실험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가장 상식적으로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익충돌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의사들이 제약회사들의 로비에 의해서 어떻게 도덕적 무결성을 상실하는가에 대한 사례가 몇 가지 나오는데, 의사들이 특별히 사악하다기 보다는 제약회사들이 워낙에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한 집요한 로비를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를 시키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는 듯하다. 비싼 의료장비를 구입한 후 심리적인 압박으로 단골 환자에게도 불필요한 검사를 권유하는 의사들의 사례도 함께 등장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상황은 자아고갈이다. 인간의 도덕성이나 의지를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가 다 소모되고 나면 도덕성/의지는 무너지고 만다라는 내용이다. 다이어트와 자아고갈의 관계가 그러하다. 여러번 유혹에 노출되다 보면 처음에는 이겨내지만 결국에는 살찌는 음식을 먹고 만다라는 예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난 저녁에는 왠만하면 Facebook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만 살찔 수 없지!"라는 마인드로 먹음직스러운 음식사진을 올리는 사악한 무리들이 너무 많다. 물론,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 ㅋㅋ

그리고, 특정 부분에서 자기 자신의 신념이나 도덕성을 지키려고 하다보면 그 외의 부분에서 덜 도덕적이게 된다라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좀 놀라웠던 상황도 있다. "짝퉁을 쓰면 부도덕해진다."라는 내용이 그러한데, 실험자에게 모두 진짜 선글라스를 주고나서 실험자 절반에게는 가짜라고 말해주면, 진짜지만 가짜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고 믿고 있는 집단은 실험에서 더 부도덕하게 행동했다. 놀랍지 않은가! 그냥 돈은 없는데 허영끼가 많은 사람이 짝퉁을 사용하는 지 알았는데, 짝퉁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사용자의 도덕심을 떨어뜨린다니... 게다가 짝퉁을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 그 집단은 다른 사람들도 부도덕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짝퉁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이외에도 "어차피-이렇게-된거" 효과라든지 공동체가 함께 부도덕한 행위를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게 된다는 등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겪어본 이야기라 길게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다만, 창의적인 사람이 더 거짓말을 많이 한다라는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다. 저자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다 거짓말쟁이는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지만, 뭔가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는 의심을 해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