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 시스템트레이딩 설명회(?) @비포럼

얼마전에 파이썬으로 이베스트증권 API를 사용하기에 대한 강의 공지가 네이버 "파생인의 쉼터" 카페에 올라왔었고, 시스템트레이딩에 관심이 많은 난 재빠르게 참석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예정대로 강의에 참석하였다.

비포럼이라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강남역 1번출구에서 빠른 걸음으로 한 10분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골목구석에 있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찾아야 한다. 강의실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시스템인 듯하다. 카페에서 대여한 것은 25인실인 것으로 아는데 앞사람 머리 때문에 앞쪽에 슬라이드가 잘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프로젝터가 상당히 어두운 것도 또다른 단점 중에 하나. 무료로 제공되는 원두커피의 퀄리티는 그럭저럭 마실만 했다.

강의하시는 분은 김동규라는 이름으로 추측된다. 실비를 이분 이름의 계좌로 입금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블랙스톤"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신다는데, 파이썬 관련 자료 이외에는 본 기억이 없다. 증권사쪽에서 시스템트레이딩용 개발을 주로 하시는 개발자 출신으로 요즘에는 시스템트레이딩에도 직접 관여를 하시는 듯하다.

파이썬이 나에게 그리 익숙한 언어는 아니었으나,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 두권을 빌려다가 몇 시간 보니 금방 익숙해질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은 언어가 바로 파이썬이다. 최근에 프로그래밍을 새로 시작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파이썬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언어이다. 다만, 쉬운 사용성이라는 측면에 반대급부로 실행속도에서는 불리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한다. 여러모로 매력있는 언어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강의에 대한 열의가 급격히 하락하는 사건이 있었다. 예전 SK증권 API를 이용하는 C# 관련 강의를 해주셨던 이준호님이 카페에 이베스트증권 API를 이용하는 C#으로된 예제파일을 올려주신 것이다. 난 C#에 훨씬 익숙한 편이고, 파이썬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베스트 증권이 파이썬으로만 API를 지원하는 줄만 알았기 때문인데, C#으로 가능하다면 파이썬을 배워야 하는 당위성은 당연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의 내용은 예고했던 "파이썬을 이용한 시스템트레이딩"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 의도가 "강의 준비 미비"였건, "자료 공개에 대한 부담"이건 강의는 전반적인 최근 시스템트레이딩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파이썬에 대한 내용은 정말 극히 미미한 수준에서 다뤄질 뿐이었다. 강의라기 보다는 설명회 정도로 이해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던 것을 보니 이번에는 간략한 소개만 하고 다음부터 좀 더 비용을 청구해서 본격적인 강의를 할 의도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에서 시스템트레이딩 개발을 주로 하던 경험 때문인지 최근 트렌드에 대한 설명은 꽤나 유용했다. 시스템을 가격시그날과 비가격시그널로 구분하여 가격시그널은 이미 많이 알려져서 수익내기 경쟁이 너무 치열한 상황이고, 그래서 비가격적인 시그널을 이용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시스템 개발을 파이썬으로 하면 유리하다는 것이 강의 내용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선물/옵션 보다는 주식에 대한 시스템트레이딩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며 최근 정부의 정책도 선물/옵션같은 파생상품 보다는 주식에 대해서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용하여 주식투자를 해보자는 것이 또다른 강의의 취지였다. 실제로 최근 주식시장은 KOSPI 인덱스가 주춤한 것과 비교하여 상하한가 30% 적용 이후 꽤나 활발한 편이다.

파이썬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언급도 하기는 했다. 위에서 내가 이미 인지하고 있듯이 파이썬이라는 언어의 장점은 개발 생산성이 엄청나게 뛰어다다는 것이고 파이썬을 이용하여 시스템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면, 이로 인하여 남는 시간을 좀 더 전략 연구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강의자이신 "블랙스톤"님이 파이썬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 이유였다. 실제로 "블랙스톤"님은 파이썬 관련 회사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는 듯하다.

아쉬운 점으로는 "블랙스톤"님이 강의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 아니니 감안해서 들어 달라고 강의 전에 양해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강의 흐름이 불안했다는 것이다. 꽤나 유용한 정보가 많은 강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용한 정보를 듣기 위해서 다른 많은 불필요한 이야기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노이즈 속에서 시그널을 찾아야 하는 시스템트레이딩과 같은 강의라고나 할까...

강의 끝자락에 있었던 Q&A 시간도 뭔가 질문자의 질문에 핵심파악이 안되고 그냥 하고 싶은 답변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만담 스타일이라 답변 한가지를 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모하여 많은 질문을 받지도 못했다. 많은 개발자들이 그러하지만, 이 분도 기계와의 대화는 능숙한데 사람과의 대화는 능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두 가지 모두를 잘 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