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세상에나! 이렇게 덕후스러운 영화가 있단 말인가! 세상에 여러 가지 덕후가 있지만, 픽셀이라는 영화는 클래식 비디오게임에 열광적이었던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70년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며 지구인들이 우주로 쏘아 보낸 메시지 중에서 비디오게임도 들어 있는데, 어떤 외계인이 이것을 포착, 선전포고로 오해하고 지구인들이 보낸 비디오게임을 현실로 만들어 지구인들과 행성따먹기 게임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게임에 최고의 재능을 보여주었던 게임대회 실력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덕후적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다가 이 외계인의 침공을 방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 영웅이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들면 뭔가 이질감 때문에 CG가 영화에 잘 스며들지 못하거나 너무 유치해서 후레쉬맨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픽셀은 현실세계와 비디오게임 세계를 정말 잘 버무려 놓았다. 그래서,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이 외계인들의 무기로 공격을 받으면 사람이고 건물이고 다 반짝이는 큐빅으로 변해 버린다. 현실세계와 비디오게임의 접점은 바로 이 큐빅이다. 그래서 영화의 이름이 픽셀인 지도 모르겠다.

덕후이지만 평소에 덕후스럽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꽤나 통쾌한 스토리였다. 게이머도 대접받는 세상이 오다니... 물론, 난 게임을 그리 잘하지도 않고,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클래식게임세대하고는 살짝 거리감이 있다. 난 아마도 스트리트파이터 세대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영화에 상당히 몰입하며 게임을 즐겼다. 아니 영화를 즐겼다.

평소에 아이맥스 화면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보면 좀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맥스로 예매를 했는데, 그 생각이 옳았던 것같다.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입체적인 화면들은 뭐랄까 클래식 게임들이 3D로 재탄생하여 거대한 화면에 펼쳐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굉장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