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선물옵션 첫날

7월 20일부터 미니선물/미니옵션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API로 사용하는 커스텀 HTS를 이에 맞게 수정하느라 주말에 꽤 고생을 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기존의 KOSPI200 옵션 상품도 호가 단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 이것에 대한 수정도 함께 해주느라 고생이 좀 컸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미니선물과 미니옵션의 장시작시간은 월요일 당일에 한하여 10시로 조정되었는데,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본다. 괜히 잘못되면 9시부터 기존 선물/옵션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니선물은 첫거래일임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거래량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체거래량이나 미결제약정을 파악해 보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장중에 느끼는 바만 이야기해보면 기존 선물 거래에 비해서는 각 호가당 매물의 규모가 많이 모자랐으나 호가단위가 작은 것을 감안해보면 왠만한 개인투자자들이 목적한 수량을 소화하기에는 그리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참고로, "왠만한 개인투자자들"이라는 것은 역시 개인적인 주관이 들어간 표현이기는 한데, 그 범위를 벗어난 개인투자자들은 이 글이 아니라도 직접 시장 분위기를 파악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ㅋㅋ

반면에 옵션의 경우에는 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만든 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미니옵션의 호가단위가 0.02단위로 기존 옵션이 0.01단위임을 감안하면 두배의 차이가 난다. 물론, 승수가 기존 옵션이 다섯배 크기는 하지만, 호가 단위가 0.02인 것은 트레이더들에게 초기에 다소간 혼란을 줄 듯 하다. 전반적인 거래량이나 호가당 매물의 양도 많지 않았다. 옵션의 경우 선물에서 재파생된 상품이니 만큼 우선 미니선물이 안정을 찾고 나면 인기있는 스파이크부터 차차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하여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여 놓은 상태에서 미니선물과 미니옵션이 상장된 것만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커질 수는 없고, 아마도 기존의 선물/옵션의 거래량이 미니선물/미니옵션으로 나뉘어서 거래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같은 조막손 개인 트레이더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관투자자 등 대량의 거래가 필요한 플레이어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옵션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려 놓은 이후에 급격하게 축소된 국내파생상품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지는 잘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꼴이 되어 버렸다. 승수 10만원짜리 미니선물이라는 상품이 추가된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세금문제는 아직까지 미니선물과 미니옵션에 과세한다는 이야기가 없어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과세할 수 있는 환경을 법안을 통해서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찝찝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음... 어쨋든 2016년에는 과세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되므로 하루빨리 미니선물/미니옵션이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