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

7월에 보기로 한 영화 목록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의외로 박스오피스에서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의아했는데, 먼저 본 Davina가 긍정적인 평을 하기도 하였기에 개봉한지 다소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극장을 찾았다. 결론적으로, 인사이드아웃이 이제까지 내가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요 타깃은 주로 미취학아동이라고 알려져 있고, 따라서 이들을 위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복잡성이 그리 높지 않고 스토리 자체도 상당히 권선징악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성인의 눈높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일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인사이드아웃은 어린이의 눈높이와 어른의 눈높이를 모두 맞출 수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전무후무한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각자의 눈높이에서 각자에게 적합한 감동을 가져갈 수 있다.

참 기발하다. 어떻게 감정을 의인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인지, 정말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궁금하다. 우리의 감정상태, 즐거움, 슬픔, 분노, 공포, 증오가 각각 캐릭터화 되어 우리의 뇌속에서 우리를 컨트롤하며 기억을 잘 저장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 상당히 철학적인 발상이다.

각각의 인간에게 모두 이 다섯가지 감정 캐릭터가 존재하고 각자 우월한 감정이 존재하는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12세의 라일리를 통제하는 다섯 가지 감정 캐릭터가 실질적인 주연들이고, 여기서는 즐거움을 관장하는 조이Joy가 가장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로 라일리 아빠를 컨트롤하고 있는 감정상태는 분노인 듯? ㅋㅋ

헤드쿼터에서 즐거움과 슬픔Sadness이 티격태격 하다가 장기기억공간으로 보내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살아가게 되고, 나머지 감정 캐릭터, 즉 분노, 증오, 공포 등이 힘겹게 라일리를 돌보게 되지만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기쁨이가 없는 상태에서 웃으면 썩소가 된다는 발상이 웃음짓게 만든다.

우리는 늘 즐거운 상태이길 바라지만, 늘 즐겁고 웃고 있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우며 때론 슬픔이라는 감정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기쁨이도 이것을 몰라서 처음에는 슬픔이와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에는 슬픔이의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정말 내면의 세계를 잘 표현한 것 같다. 기억의 쓰레기장이란 설정도 그러하고, 핵심 기억이라는 설정도 그러하다. 추상이라는 공간, 무의식에 들어 있는 무섭고 이상한 기억들... 있는 감정상태와 기억상태를 정말 재미있고 그럴듯하게 표현해 놓은 세계관이다. 빙봉이가 살신성인할 때에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다섯가지 감정 캐릭터 중에서 증오Disgust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하는 행동을 봐서는 disgust보다는 그냥 picky한 캐릭터인 듯한데... 이것만 빼고는 참 공감이 간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과연 나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나의 핵심기억은 무엇일까 등의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아마도 라일리와는 다르게 나의 지배적인 감정 캐릭터는 기쁨이 보다는 슬픔이나 증오, 분노 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