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영화선택에 있어서 섬세하고 빈틈없는 스토리보다는 화끈한 액션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한국영화보다는 헐리우드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고, 특히나 2015년에는 이번 암살이 금년에 본 첫번째 한국 영화일 정도였다. 이전에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데, 같은 감독이 매우 유사한 출연진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고 홍보를 하니 아니볼 수가 없었다.

김구를 필두로한 상해임시정부 소속의 독립군들이 친일파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고, 밀정은 이를 막으려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한다라고 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얽히고 얽혀 있다.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시절의 이야기는 영화든 소설이든 너무 우울해져서 잘 접하지 않는 편인데, 암살은 정사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영화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애쓴 흔적이 보인다. 물론, 이건 하와이 피스톨 역의 하정우와 그에게 영감이라고 불리우는 역의 오달수 두 배우의 역할이 컸다.

반면에 가장 존재감이 부각되는 역할은 밀정 염석진 역을 맡은 이정재였다. 난 한국 최고의 악역배우를 꼽는다면 주저없이 최민식에게 한 표를 던졌는데, 지난번에 관상을 본 이후로 이제는 그 자리를 이정재가 차지하게 될 것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암살에서 확실히 이제는 그 자리가 이정재의 것이 되었구나라는 걸 느꼈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싸움이었다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너무 단순한 선악구조가 되었을텐데, 염석진의 존재는 이야기에 엄청난 긴장감을 부여한다.

전지현에 대한 평가는... 음...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에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어디있겠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냥 좋았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뭔가를 말할 입장이 아니다. 선 굵은 영화 속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그런데, 생각해볼 것은 관객들이 꽤나 오랫동안 등장하는 안옥윤으로서의 전지현 보다는 백화점에서 예쁜 옷을 입어보는 미츠코에게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감탄사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먹히는 캐릭터가 여전히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최동훈 감독 영화는 챙겨볼 생각이다. 그가 만든 예전 영화들도 그렇고 내 취향에 잘 맞는 것같다. SF나 환타지 등이 아닌 장르에서 "내 취향에 잘 맞는 것같다"라는 표현을 쓰는게 꽤나 오랜만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