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다 @퓨어아레나 with 웹디동

몇 달 전에 광화문 근처 맛집 중 김씨도마와 저울질 하다가 선택받지 못했던 퓨어아레나를 방문했다. 사실, 우리는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레 오늘 저녁으로 약속이 급변경, 허겁지겁 도착하니 심이누나가 먼저 와서 북적이는 내부에서 교묘하게 한적한 포지션에 자리잡은 테이블을 맡아 놓고 있었다. 카페같으면서도 레스토랑같은 오묘한 경계선에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민웅이형은 다소 늦는다고 하여 먼저 메뉴를 주문했는데,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등심 샐러드였다. 연어 샐러드를 주문하려고 했으나, 연어가 생연어가 아니고 염장된 것이라고 하여... 훈제된 연어를 별로 안좋아하고 생연어를 선호하는 편인데, 염처리된 연어는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하였으나, 결코 생연어보다 맛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차선택으로 등심 샐러드를 주문했다. 등심과 샐러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고 등심 샐러드가 서빙되었다. 그런데... 하아... 그냥 한족에 등심이 놓여 있고, 다른 한쪽에 샐러드가 놓여 있다. 나름 등심을 풀떼기에 쌈싸먹 듯 잘 섞어서 먹었다. 고기의 퀄리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듯하다. 너무 기름지다.

다음은 해물치즈 떡볶기.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파는 브랜드 떡볶기집에서 먹을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12,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어이가 없다. 주문할 때는 별 생각없이 주문했는데,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가장 비싼 떡볶기를 먹은 셈이다. 자리값이라 생각하련다.

다음은 내가 선택한(?) 차돌박이 된장크림파스타였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포스팅에서 된장크림파스타가 유명하다는 말도 있었고, 딱히 땡기는 다른 파스타도 없었기에, 과연 된장과 크림소스가 잘 어울어질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된장도 좋아하고 크림소스도 좋아하며 파스타도 좋아하니 셋의 조합이 괜찮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며 망설임끝에 한 주문이었다.

결론적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느끼한 파스타는 처음 먹어 본다. 크림소스가 느끼한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 수준의 느끼함이 아니다. 처음에는 과연 된장맛이 크림소스에 어떻게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맛을 보았기에 느끼함을 신경쓰지는 못했다. 그런데, 다시 먹어볼 수록 된장맛이 나긴 하지만 크림소스의 느끼함 때문에 파스타 이름에 된장이 들어 있지 않았다면 된장맛인 줄 인식을 못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차돌박이 마저 엄청나게 느끼하다. 이것이 고기에서 나오는 느끼함인지 따로 기름진 재료를 더 사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결국 다 먹지 못했다. 내가 국수종류의 메뉴를 남기는 것은 4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뒤늦게 도착한 민웅이형도 메뉴를 하나 선택하였는데, 연어 덮밥을 선택, 간접적으로 우리가 연어 샐러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연어 덮밥에 들어가는 연어도 염처리된 연어였는데, 내가 연어를 먹으면서 느끼고 싶어하는 식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것이 염처리되었기 때문인지 밥때문에 연어가 따뜻해 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마음에 안드는 레스토랑에 가도 적어도 한두가지 메뉴는 입에 맞게 마련인데, 어째 주문한 메뉴중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내가 여름이라 입맛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내 입맛과는 거리가 있는 것인지... 또한, 블로그에 맛있다고 올라온 글들은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심이누나의 우스개 소리같이) 너도 당해봐라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올린 것인지...

시원한 물은 참 맛있게 마셨다. 퓨어하다.

씁쓸한 기분은 그 후에 그랑서울 지하에 있는 옥루몽 청진점에 가서 맛나는 팥빙수를 먹고난 후 회복되었다. 그나저나, 저번에 논란(?)이 되었던 살짝 녹색빛 나는 그레이톤 셔츠를 똑같이 입고가서 민웅이형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녹색빛이 안나고 그냥 그레이라고 하여 시무룩. 내가 색맹인지도...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