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다』 이명현, 김상욱, 강양구

여러 가지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일반적인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엮어 놓은 책으로는 예전에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책을 일은 바가 있다.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과학이야기를 엮었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지만, 대화하는 형식으로 기술된 『과학 수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 두 권을 읽게 되었다.

1편에서는 정말 내가 궁금해 했던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들었던 얘긴데, 이런 경우에 "내 취향을 저격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쓴다고 한다. 정말 "내 취향을 저격하는 듯하게 대부분의 주제가 나의 관심사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부터 시작을 한다. 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상대성이론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런 느낌이 변하지는 않을 것같다. 하지만, 잡다한 지식들은 좀 더 쌓인 듯하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72%의 암흑에너지, 23%의 암흑물질, 나머지 5% 안팎의 원자로 이루어진 일반물질의 비율로 존재한다고 한다. 이 비율만 추정할 뿐 인류는 일반물질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요즘 소행성 낚아채서 광물 뽑아내는 회사가 설립되었다는 뉴스가 종종 주목을 받곤 하는데, 뉴스를 읽을 때는 정말 황당하다라는 생각을 했으나, 책에서 전문가들이 구구절절 요목조목 설명해주는 것을 읽고 나니 완전히 허무맹랑한 계획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시료 채취 정도를 한 사례가 있단다. 무게대비 가격이 많이 나가는 희토류같은 것을 채취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 하기 전에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대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는데, 우리가 상상하듯 소행성이 엄청 많아서 우주선으로 이 지역을 통과하면 엄청난 우주선 운전 스킬이 필요한 그런 개념이 아니란다. 실제로는 소행성간의 평균 거리가 10E7km 정도여서 지나가다가 소행성 하나 볼까 말까하단다. 정말 많기는 하지만,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다.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뉴런 하나하나의 연구 보다는 뉴런간의 네트워크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좀 특별하게 와닿았다. 이런 걸 복잡계과학이라고 한단다. 경제로 치면 거시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식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대목이 있는데, 해당 수다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은 이러한 정의를 내렸다: "정보를 통합하고 처리하는 역량" 시각정보에 초점을 맞춰서 이 과정을 설명해 주는데, 눈으로부터 수집한 시각정보는 우선 후두엽에 모이고, 이걸 다시 전두엽에 보내면 정보처리라는 것이 이뤄지는데, 마취를 하게 되면 후두엽에서 전두엽으로 보내는 과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로서는 뇌과학과 더불어 마취에 대한 이야기도 뜻밖의 지식 수집(?)이다.

이 외에 책을 읽은 후에 줄기세포에 대한 급격한 이해력 향상이 이뤄졌는데, 배아줄기세포 복제의 핵심은 난자에서 핵을 빼내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대부분 난자가 손상되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황우석이 왜 사기꾼인지를 매우 적나라하게 까발려 준다. 황우석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회사에는 절대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ㅋㅋ

2편에서는 딱 세 가지 이야기만 흥미로웠는데, 첫번째는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였다. 더이상 한국인들은 기생충약을 봄가을로 먹을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봄가을로 먹는 종합구충제는 디스토마나 고래회충같은 것들에게는 효과가 없단다. 고래 회충에 감염되면 내시경으로 보면서 하나하나 뽑아 내야 한다고... 무섭다. 또한, 기생충이 너무 없어서 이에 대응하는 우리몸의 면역체계가 뭔가 자그마한 문제가 발생해도 과잉대응을 한다라는 원리가 신기하다.

세포에 대한 이야기는 중학교/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식들을 다시 상기하게 만들었는데, 세포내에서의 작용은 어느정도 알려져 있지만, 세포와 세포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물질 운반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직 인류가 발견하지 못하여 책을 읽어도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핵융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에너지에 관해 관심도가 높은 나로서는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에너지에 관해 관심이 많다면 인공태양이라는 별명을 가진 핵융합발전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이 당연하다. 아마도 핵융합발전의 난제에 대해서 이렇게 쉽게 설명한 책이 있을까 싶다.

핵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핵융합발전의 핵심 과제는 높은 온도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와 이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컨테이너를 만들 수 있느냐인데, 컨테이너 부분이 정말 인상깊었다. 지구상 어떤 물질도 견디지 못하고 녹아 내릴 수 밖에 없는 수준의 고온이지만, 자기장을 이용하여 컨테이너에 직접 핵융합물질을 닿지 않고 모여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참 존경스럽다.

현재 추세로 보면, 내 생애 안에 핵융합발전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뭘로 전기를 만들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핵융합발전이라는 키워드는 꽤나 매력적인 면이 있다.

읽을 때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책 표지가 참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다. 아무 아마추어 디자이너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 할 것같다. 왜 이렇게 촌스러운 표지가 탄생하였는지 참... 책표지 빼곤 다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