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켄 피셔, 제니퍼 추, 라라 호프만스

꽤 오래전에 필립 피셔Philip Fisher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등의 책을 읽어 보았고, 그 책들은 여전히 내 책꽂이게 꽂혀 있다. 별로 필요 없는 책을 헌책방에다가 팔아 버리곤 하는 나의 최근 경향에 비추어 보면 그 책은 분명 나에게 의미있는 책인 셈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켄 피셔Kenneth Fisher가 쓴 책인 『3가지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를 이번에 읽게 되었다. 도서정가제 직전에 사놓은 책인데, 쟁여 놓았다가 이제서야...

경제서적이나 투자관련서적을 수십권 읽다 보면 대부분 하는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98년 아시아 경제위기나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 발생된 경제위기 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책들이 대부분이라 지겹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책들을 잘 안읽는 편인데, 그럼에도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는 꽤나 신선했다.

본질적으로, 켄 피셔는 그의 아버지인 필립 피셔와 투자철학이 비슷하다. 전형적으로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스타일이다. 엄청나게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스타일과는 어떤 면에선 대조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높은 P/E의 주식들에 대한 그의 견해는 매우 이해하기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P/E가 높은 주식들을 기피하는 것은 스스로 돈벌 기회를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즉, 이미 시장은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높은 P/E를 감안하더라도 전망이 좋으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난 필립 피셔의 책을 읽고난 후에도 PER이나 PBR이 높은 주식에는 (특히나 장기투자일 경우)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의 아들은 높은 P/E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주는데 좀 더 훌륭한 수완을 발휘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과연 높은 P/E의 성장형 주식들에 장기투자할 배짱이 생길 지는 모르겠지만...

3개의 질문을 문장으로만 나열하자면, "잘못된 것을 믿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간파하지 못한 것 중 당신이 간파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 두뇌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지?"이다.

첫번째 질문은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고, 두번째 질문은 (내부 정보를 캐내라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라는 뜻이며, 마지막 질문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지 않은 지 늘 재확인하라는 뜻 정도로 받아 들이면 된다. 세 가지 질문 모두 그리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것이고...

그가 책을 통해 언급한 대통령 재임기간별 주식시장 수익율 같은 개념은 개인적으로 국내 시장에 어떻게 도입할 지 분석을 좀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기술적 분석을 통하여 시장을 접근할 시에도 사용된 지표와 정말 시장의 움직임이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봐야 겠다.

실질적으로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아버지가 쓴 책보다 훨씬 재미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