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게리 위노그랜드 사진전 @성곡미술관

몇 달 전이던가, 민웅이형이 얘기중에 성곡미술관에서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난 언젠가 가보겠다며 메모를 해놓았는데, 결국에는 전시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야 성곡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지금이나마 방문했으나 스스로 대견해 해야 하나? ㅎㅎㅎ

1관에서 비비안 마이어전, 2관에서는 동시에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라는 다른 작가의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데, 입장권 하나를 사서 두 사진전을 모두 관람할 수 있었다. 난 성곡미술관 두번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여 스케줄에 염두해 두고 있었으나, 전시 작품의 양을 고려하면 두 사진전을 동시에 관람케 하였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결론적으로, 난 두 전시 모두 딱히 인상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흑백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였을 수도 있겠으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상당히 평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피사체가 강렬한 임펙트를 보여주지도 않고, 그저 지나가는 사람 찍은 듯하다. 이걸 자연스럽다라고 좋아할 관객들도 있겠으나, 그것이 나는 아니다.

다만, 그녀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은 변변치 않은 수익을 모두 필름사는데 사용했다는 것인데, 하루에 12장 찍을 수 있는 필름 한통 정도만을 썼다면서, 그 와중에 한 샷 한 샷 실패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점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별히 피사체에 어떠한 포즈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 피사체를 실수없이 단 한 번의 샷으로 그렇게 잘 담아내는 것은 보통의 능력이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지금 우리는 실패하면 다시 찍는다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한 샷 한 샷에 심혈을 기울여 엄청나게 집중된 상태에서 셔터를 누르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전율이 느껴진다.

2관에서 펼쳐진 게리 위노그랜드의 작품들은 여성 피사체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한 사진이라는 설명을 읽고 감상을 해서인지, 정말 사진에서 그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남자들의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 피사체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남자의 시선이 고정될 수 밖에 없는 그 순간과 부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느끼져 살짝 민망해진다. 그럼에도 노골적인 섹슈얼리티의 홍수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작품이 먹힐 것 같지는 않다.

성곡미술관의 조각작품들

성곡미술관은 처음인지라, 양쪽 전시회를 모두 관람하고 나서는 성곡미술관에 설치된 조각들을 감상하러 뒷산(?)에 올라갔다. 산책하면서 자연스럽게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조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적당히 으슥함을 느낄 수 있는 동선이어서인지 여기 저기서 커플들의 달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