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짬뽕 @금문도

강남역 12번출구 인근에 꽤나 거창하게 차려 놓은 중국집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강남역 뒤쪽 골목으로 옮겨서 같은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바로 금문도라는 중국집이다. 옮기기전이나 옮긴 후나 매번 지나치기만 하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스터디 뒤풀이가 취소되어 배를 채울겸 방문해 보았다.

여기저기 굴짬뽕을 큼지막하게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장 자신있는 음식인 것 같아서 굴짬뽕으로 주문을 했다. 비주얼을 보고 살짝 의아했던 것이 짬뽕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뻘건 국물이 아니라 흰 국물이었기 때문이다. 맑은 국물은 아닌 것같고, 라면으로 나온 나가사키 짬봉국물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국물맛은 물론, 이 굴짬뽕이 훨씬 깊은 맛이 난다. 국물이 뻘겋지 않아도 청양고추로 매운맛을 냈기 때문에 꽤나 매운 편이다.

굴짬뽕이라는 이름답게 굴이 충분히 들어가 있으며 국수를 먹으면서 종종 굴을 건져 먹는 재미가 있다. 식감도 국수와 잘 어울린다. 굴 특유의 비린맛도 없다. 물론, 난 굴의 비린내를 잘 참아내긴 하지만... 다른 재료들도 마음에 든다. 일반 중국집에서 짬뽕을 주문하면 야채가 물러 터져서 입에 넣기도 전에 녹아버리는 듯한 경험을 많이 하곤 했는데, 이 굴짬뽕에 들어간 채소들은 꽤나 신선해 보인다.

그러나, 이 굴짬뽕의 가격은 일반 중국집에서 먹는 짬봉의 두배 가까이 된다. 난 그래도 이 굴짬뽕이 마음에 든다. 조금만 덜 매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다음에 주문할 때는 좀 덜 맵게 만들어 달라고 해봐야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