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푸마카레우동 없다 @그래머시홀 청담 with 웹디동

얼마전에 고은이가 Facebook에 엄청나게 먹음식스러운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다. 신세계에서 캐주얼 다이닝을 표방하며 론칭한 그래머시홀Gramercy Hall이라는 곳의 메뉴 중 하나인 에스푸마카레우동을 찍은 것인데, 난 그 비주얼에 감탄하며 빠른 시일 내에 먹어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먹어 본다며 들떠 있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그래머시홀이 가장 처음 생긴 곳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이었고, 그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새로이 오픈을 했다. 이번에 우리가 간 곳은 신세계SSG 청담점에 위치한 그래머시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는 그래머시홀과 고민하다가 선택했는데, 메뉴에 아무리 찾아도 에스푸마카레우동이 없어 물어보니 에스푸마카레우동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는 곳에서 판다라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하아... 고은이가 올린 곳이 분명 본점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지? 뭐지?

민웅형의 장난끼 다분한 구박을 받으면서 다른 메뉴를 선택하였다. (역시나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민웅이형은 탕수육을, 난 핑크크림소스 해산물 지티를 주문했는데, 두 음식 모두 괜찮았다. 특히나 탕수육은 아주 깔끔하고 뽀얗게 튀겨져 나와서 기름이 깨끗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파삭파삭함의 퀄리티가 으뜸이었다. 찍먹파인 나로서는 탕수육의 파삭파삭함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고기 크기가 두툼하고 큰 것을 생각하면 중국식 탕수육인 꿔바로우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핑크크림소스 해산물 지티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로제소스를 베이스로 하여 몇 가지 해산물과 지티 파스타 면을 이용한 메뉴이다. 소스가 내 입맛에 딱 맛아서 소스 국물을 막 숟가락으로 퍼먹고 싶을 정도였다. 면도 주로 먹던 스파게티면에 비해 지티면은 포크로 두어 개씩 찝어 먹는 재미가 있다. 스파게티면 이외의 파스타면을 알아 가고자 하는 개인적인 목적에도 부합했음은 물론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늦은 심이누나덕에 메인메뉴를 거의 다 먹은 시점에 새우 씨저샐러드를 주문해서 먹는 어색한 코스를 경험해 보았는데, 특별히 부담스럽거나 한 느낌은 없었다. 사실, 난 식전에 먹는 샐러드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디저트라는 생각으로 밥먹은 다음에 샐러드 먹는 경우도 종종 있는지라... 다만, 서빙하는 사람들은 '쟤네들 좀 이상해...'라고 생각했을 수도... 새우 씨저샐러드도 훌륭했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새우치고는 실하고 큰 새우가 들어 있었고, 새우뿐만 아니라 채소들의 신선함도 으뜸이었다.

훌륭한 세 가지 메뉴에도 불구하고, 에스푸마카레우동의 결핍은 이번 모임의 만족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물론, 이건 내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고 민웅이형은 처음부터 그런 메뉴 시킬 생각 없었다고... ㅋㅋㅋ 게다가 심이누나는 카레를 못먹으니 어차피 다른 걸 주문했을 테고... 생각해보니 내맘대로 밥집을 선택해버린 것 같다. 으흘... ^^;;

이 외에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하자면, 처음으로 아보카도를 하나에 3,900원이나 주고 샀다. 그리고 길건너 커피빈에 가서 디저트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다가, 웹디동 모임 최초로 해외여행을 꽤나 진지하게 고려했다. 웹디동 해외여행... 정말 이뤄질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