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심플』 피터 제임스

예전부터 읽으려고 생각만 했다가 잊혀졌었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생각이 나서 마침내 읽기 시작하였다.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의 두께였으나 읽다보니 책장이 술술 넘어 간다. 왜 국내 출판사들이 상업적이라며 욕을 먹어가면서도 책을 분권해서 파는 지 이해가 갈 듯하다. 두꺼우면 확실히 첫장을 시작하기에 부담이 느껴진다.

사건의 발단은 총각파티, 평소에 친구들의 총각파티에서 짖궂은 장난으로 악명이 높았던 마이클이 드디어 장가를 가게 되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 친구들은 그가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시고 취하자 그를 관에다 가두어 버린다. 문제는 며칠 후에 마이클을 관속에서 꺼내줄 그 친구들이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모두 죽었다는 것! 단 한 명의 친구만이 그가 관에 갇힌 것을 알고 있다.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의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가 있는데,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다. 추리소설이 독자들에게 최대한 사실을 감추면서 조금씩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데드 심플』은 사건의 진행상황을 마치 독자에게 보고하듯이 밝혀지는데로 알려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는데, 그것은 아마도 관이라는 협소한 장소와 산소부족으로 인한 한정된 시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용의자 심문에 사용되는 기법 중에 하나가 매우 흥미로웠다. 기억을 해내려고 노력할 땐 눈동자가 왼쪽으로, 거짓을 꾸미려고할 때는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간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람마다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 왼쪽/오른쪽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일단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질문, 이를테면 점심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묻고, 대답할 때의 눈동자 방향을 기억하는 방향이라고 설정한 후, 사건에 관한 질문을 하여 용의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판단하는 대목이 나온다.

애슐리 같은 여자가 작정하고 설계하여 유혹하면 과연 안넘어가는 남자가 있으려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