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라와 울진돌문어 @계단집 with Joshua and Davina

요즘 Joshua 형님이 프리랜서 생활의 혹독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로 풍부한 계좌 또한 즐기고 있어서 첫번째 월급이 나오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한 약속을 오늘 이행하였는데, 처음에는 만족오향족발로 정하려다가 내가 족발을 안먹는다는 이유로 급히 서촌 계단집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Davina도 강북쪽에서 퇴근을 하기에 평일로 약속을 잡았다.

길치인 난 스마트폰 시대가 온 이후 GPS라는 고마운 기술로 인하여 길을 잃는 경우는 없는데, 꼭 근처에 가서 못찾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에도 계단집 바로 앞에 와서도 간판이 살짝 가려져 있어서 못찾다가 그 근방을 한 바퀴 돌았다. 정말 바보같은...

Joshua 형님이 힘겹게 전화로 한 테이블을 예약해 놓아서 망정이지 다른 곳으로 갈 뻔했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인지 확실히 그 좁은 공간에 수많은 인파가 자리를 메우고 있다. 내부 구조가 상당히 좁고 그마저도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통로로 한 사람 지나가기가 벅찬 수준이다. 이런 좁디 좁은 곳에 어떻게 이렇게 열 테이블 안팎을 배치했는지가 오히려 놀랍다.

위에서 묘사를 햇듯이 뭐 인테리어가 깔끔한 곳은 아니고, 해산물의 풍부한 양과 신선함으로 승부를 보는 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모임이 매번 매드 포 갈릭같이 비교적 깔끔한 곳만 갔다가 오랜만에 이런 스타일의 맛집에 자리를 잡아 본다.

메뉴는 미리 Joshua 형님이 주문해 놓았고 금새 나와서 서서히 식고 있었다. 사람도 없는데 메뉴 주문 안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민망했을 것이다. 참소라 한접시와 울진돌문어 한접시, 그리고 홍합탕은 서비스로 나오는 듯하다. 나중에 다 먹고 홍합탕 한그릇 더 달라고 하니 흔쾌히 한 그릇 더 내어 준다. 홍합이 그렇게 저렴한 재료인 줄 몰랐다.

소라를 이렇게 원없이 먹어보는 것은 아마도 포항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뿐인 듯하다. 물론, 내려가면 다른 먹을 것도 많으니 소라만 퍼먹는 일은 없기에, 이렇게 소라를 한꺼번에 많이 먹은 적은 실질적으로는 처음이다. 생선은 비린내 난다고 안먹으면서 다른 해산물은 잘 먹는 나의 특이한 입맛에 소라는 매우 적절하다. 꽤나 쫄긴한 식감이 마음에 든다. 조개를 씹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다. 뭔가 먹기 전에는 플라스틱 고무 씹는 듯한데, 씹다보면 점점 익숙해지는 식감이다. 다만 뻑뻑한 내장은 좀...

문어는 그리 좋아하는 해산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해산물도 아니어서 양념맛으로 맛있게 먹었다. 찍어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Joshua 형님은 초장을 즐겨 하는 듯하다. 난 간장 + 겨자를 선호한다.

다 먹고 나오는 해물라면 또한 일품이다. 일반적인 라면에 여러 가지 해물들을 넣어 시원함을 더했다. 뭔가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해물라면이라고 팔리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과 비교하여 시원한 맛이 200%라고 하면 적절할 듯하다.

나오다가 예전에 웹디동 사람들과 방문했던 만선을 지나치니 왠지 주인 아저씨의 섹소폰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