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

한물간 시리즈로 취부되어 보러갈 생각이 없었는데, 극장가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럭저럭 재미는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극장을 찾았으나, 역시 이제 007 시리즈는 나에게 재미를 선사해주지 못한다는 사실만 재확인하였다.

최근 첩보영화의 트랜드는 냉전시대의 종언과 함께 쓸모없어진 첩보요원들에 대한 존재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본Bourne 시리즈는 시작부터가 그러하며 미션 임파서블도 최근 개봉한 것들은 그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억지로 새로운 적을 찾아내어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고, 또한 이번 007 스텍터Spectre 도 긑은 맥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결론은 여전히 필요하다겠지만...

007 시리즈의 매력은 제임스 본드의 긴장감있는 미션 수행과 능글맞은 여유로움의 하모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007만의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는 영화가 되고 있다. 딱히 능글맞지도 않고 그냥 일만 잘하는 요원같은 느낌이 든다. 관객들의 눈높이는 이미 특수요원이 일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다른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다이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007은 그냥 일만 잘한다.

이번 007 스펙터도 영화 내내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왜 이리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스릴러/액션 영화가 많은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이 장르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기본은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좀 짜증이 난다.

그럼에도 본드걸로 등장한 레아 세이두Lea Seydoux의 매력에 빠져 그녀가 등장하는 씬을 볼 때는 딱히 불만이 없었다. 이 여자 정말 풋풋한 듯 퇴폐적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