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대리 해변, 바당봉봉

꽤나 알려진 월정리해변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차를 몰면 평대리라는 해변이 나온다. 난 월정리의 에너지와 화려함이 마음에 들었으나, 심이누나는 인적이 드문 바닷가를 더 선호하는 듯 우리를 더욱 동쪽으로 몰아가 평대리에 이르렀다. 그러자, 정말 고즈넉한 바닷가가 나왔다. 다만, 월정리해변에서 본 밝은 색의 바다색이 아니다.

이 고즈넉한 곳에 풍림다방이라는 곳이 있다. 물론, 난 몰랐으나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들렀는데, 이제 원두만 팔고 물장사는 안한단다. 하는 수 없이, 해변 어느 카페에 들렀다. 이름이 "바당봉봉"이라고 한다. 독음에서 아기자기함이 느껴지지만 내부는 모던함 위에 아늑함을 덧씌운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창가 테이블에서 바다 풍경을 보려는 목적이었을텐데, 우리는 오히려 담에 널려 놓은 미역때문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가 바닷가 담 아래에서 미역을 담에 올려 놓는데,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우리 눈엔 사람은 안보이고 미역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하여, 특히나 민웅이형이 빵 터져 버렸다. 민웅형은 이후로도 운전중에 미역만 보면 피식피식 웃었다. ㅋㅋㅋ

딸기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어렷을 적에 즐겨 먹곤 했던 50원짜리 쭈쭈바 맛이다. 실패한 메뉴 선택에 좌절하였다. 양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냥 아메리카노나 주문할 걸 그랬다.

카페 옥상(?)에 바닷가를 향하도록 테이블과 좌석을 배치해 놓았는데, 그 자리가 꽤 인기가 많았다. 추워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손님은 드물었으나, 자리가 나면 바로바로 새로운 손님이 자리를 차지하였다. 우리는 그냥 쭈삣쭈삣 하다가 갈 때 즈음해서 올라가 조금 높은 지점에서 미역을 감상하곤 하였다.

바구니에 자그마한 귤을 담아놓고 마음껏 가져가 까먹으라 한다. 귤을 사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서울사람의 입장에서 낯설은 관대함이다. 그 관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오랜 시간 앉아 있어 아메리카노나 한잔 시켜 셋이서 나눠 마시려고 했더니, 리필도 아닌데 그냥 한 잔 내어 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