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를 맛보다 @춤추는 오병장의 돼지꿈 1중대

제주에 갔으니 흑돼지를 먹어 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여행객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민웅형이 제주도민이 추천했다면서 "춤추는 오병장의 돼지꿈"이라는 곳으로 안내하였다. 고깃집 치고는 지나치게 문학적인 이름인데, 직접 가보니 인테리어는 그리 문학적이지 않다. "춤추는"과 "돼지꿈" 보다는 "오병장"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지점이 몇 곳 있는 듯한데, 우리가 방문한 곳은 1중대.

메뉴판에 가격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것이 돼지고기 가격인지 쇠고기 가격인지 햇갈린다. 그렇지만 일단 들어 왔으니 흑돼지 근고기 세트로 주문을 해본다. 400g의 목살과 200g의 삼겹살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흑돼지 근고기 세트가 일반 돼지 근고기 세트보다 1.5배 정도 비싸다. 다른 곳도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흑돼지라고 맛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 물론, 고기색이 검은색도 아니고... 그냥 돼지를 흑돼지라고 팔아도 모를 듯하다. 그래서, 다음에 제주를 가서 돼지고기를 먹게 된다면 일반 돼지고기를 선택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처음 제주도 여행을 간 사람에게 흑돼지의 로망을 포기하라고 강권할 생각은 없다. 나만 바가지 쓸 수는 없잖은가! ㅋㅋㅋ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돼지고기집에서는 삼겹살을 길쭉한 슬라이스 형태로 서빙해 주는 것과 비교하여 여기서는 통삼겹 스타일로 가져와서 직접 독특한 형태로 가위질해 구워준다. 난 고기굽는데 신경써서 대화가 곤란하거나 대화하느라 고기를 태워먹거나 두 가지 중 하나라, 직접 손님이 구워먹어야 하는 고기집을 지양하는 편인데, 적절하게 구워준다는 측면은 참 마음에 든다.

또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맬젓이라는 것을 제공해 준다. 멸치계열의 생선을 갈아서 장을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난 멸치를 안좋아해서 그런지 찍어 먹어 보니 별로다. 그래서 한번 맛본 후에 그냥 기름장에 찍거 먹었다.

민웅형이 여기는 김치찌개가 맛있다며 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다. 난 김치를 싫어하여 김치찌개도 잘 안먹기도 하고, 돼지고기집에서 냉면이나 된장찌개를 시킬 지언정 김치찌개는 절대 안시키며 내 돈주고 김치찌개를 사먹었던 경우는 평생 한번도 없는 사람인데, 여기 김치찌개는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숙소에 와서 심이누나가 하는 말로는 지난 9월에 갔었을 때 방문했던 "돈사돈"이라는 곳이 고기도 좀 더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단다. 게다가, 제주도 고깃집에서는 다 고기 구워준다고... ㅋㅋㅋ 포스퀘어를 여전히 즐기고 있는 민웅형은 춤추는 오병장 두번 가서 메이어가 되었다. 두번 이상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상욱